미국내 보수 유력일간지인 로스엔젤레스(LA)타임스가 최근 이라크 무장단체를 지칭할 때 ‘저항세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자사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이는 미국 보수세력들이 이라크 전황 악화에 대해 얼마나 예민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방증자료로 읽힌다.
***LA타임스, “‘저항세력’ 단어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등의 영웅 연상시켜”**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시간) “LA타임스는 자사 기자들에게 이라크내 반미무장단체를 묘사할 때 더 이상 저항세력(resistance fighters)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조치는 멜리사 맥코이 LA타임스 부편집인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그는 “저항세력이라는 용어가 반미무장세력을 미화하고 2차세계대전 당시 영웅주의를 연상시킨다”고 단어사용금지 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맥코이 부편집인은 이같은 조치를 이번 주 초 이메일로 기자들에게 전달했는데 이 메시지(www.laobserved.com)에서 그는 “저항세력이라는 용어대신에 반란군(insurgents)이나 게릴라 등의 용어를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치는 편집인들과 협의를 거쳐 나온 것으로 독자들의 불만을 야기하지는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LA타임스 딘 베이케트 편집인도 나와 마찬가지로 지면에서 저항세력이라는 용어를 보면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며 “저항이라는 용어는 로맨티시즘과 영웅주의와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조치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저항세력’이라는 단어는 물론 이라크에서 미군과 싸우고 있는 이라크인들에 대한 정확한 묘사이긴 하지만 이는 또한 2차대전 당시의 프랑스 레지스탕스나 바르샤바에서 나치에 대항해 싸웠던 유대인들을 연상시킨다는 것.
맥코이 부편집인은 이어 “우리도 단지 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이런 조치를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간혹 어떤 단어 조합은 의도하지 않은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맥코이 부편집인은 또 “이 용어를 사용했던 LA타임스 기자들이 부시 행정부가 종전을 선언했던 지난 5월 1일 이후 1백명이 넘는 미군을 죽인 이라크인들을 미화하려는 목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LA타임스 바그다드 지국도 이 정책 변화에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미국내 고도로 정치화된 민감한 분위기 반영”**
이러한 LA 타임스의 조치는 미국이 얼마나 이라크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라크전이 가장 첨예한 정치적 문제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도 “LA타임스의 정책 변화는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여러 보도에 대해 다양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미국내 정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의 이런 조치는 미국 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앨런 시걸 부편집인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LA타임스의 이같은 조치에 동의한다”며 “이 단어가 냉정하고 중립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데이비드 호프만 국제담당 편집인은 “이라크인 무장단체들은 미군 점령에 저항하고 있다. 저항세력이라는 단어는 부정확한 것이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가능하면 그들이 전 바트당 출신인지, 페다인 민병대인지, 외국 용병인지, 이라크 현지인인지 정확하게 구별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LA타임스의 단어사용금지 조치와 이에 대한 NYT와 WP의 상반된 의견 개진에 대해 여러 미국 전문가들은 기대했던 다국적군에 대한 기대치가 사라지면서 이제 나홀로 이라크를 책임져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불안해하는 미국민들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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