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홍콩의 송환법(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철회 시위에 대한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혔다.
참여연대, 한국YMCA 등 92개 시민사회단체가 한국에 살고 있는 홍콩 NGO 활동가와 함께 8일 광화문광장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홍콩 시민의 열망을 지지한며 홍콩 시민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 시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한다"며 "홍콩 시민의 평화롭고 끈질긴 저항에 각별히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 중간중간 홍콩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광둥어로 "홍콩 따야우(힘내라)"를 외쳤다.
김경민 한국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은 "200만에 이르는 홍콩 시민의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위한 질서정연한 투쟁에 아시아 시민사회가 반드시 공감하고 지지를 표해야 한다"며 "홍콩에서 폭력과 백색 테러가 사라지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실현되어 풍부한 아시아 시민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는 "홍콩 시위에서 울려 퍼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며 어떤 이는 5·18을 떠올리고 어떤 이는 87년 6월이 떠오른다고 했다"며 "홍콩 시위를 보며 우리가 누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또 싸우고 있는 동료, 선배, 그리고 아시아의 친구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권리가 위협받고 박탈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홍콩에서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더 강한 힘과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홍콩 시민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홍콩 NGO 활동가 펑가긍(Fung Ka Keung) 씨는 "6월 12일부터 홍콩 경찰이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비치사성(Non-lethal) 무기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7월 21일에는 수백 명의 폭력배들이 지하철역에서 승객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이후 경찰도 최루탄을 사용하여 시위대를 해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펑 활동가는 "경찰과 시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라며 "정부가 논쟁의 시발점인 만큼 시위대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완화하고 잠재적인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아낼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펑 활동가는 "홍콩 시위대의 요구는 송환법 공식 철회, 정부의 홍콩 시위 폭동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석방과 면죄, 경찰 잔혹행위 조사를 위한 독립적 조사위 구성, 진정한 민주주의와 보편적 참정권의 구현"이라며 "국제사회가 투쟁을 계속하는 홍콩 시민과 연대하여 줄 것"을 요청했다.
홍콩의 현행 송환법은 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범죄인을 중국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 개정안은 홍콩 행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이 범죄인의 중국 인도를 결정하면 법원이 서류 검토만으로 인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 다수는 정부 개정안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저해하는 법안이며, 특히 정치범 등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6월 9일 103만여 명이 송환법 개정안 철회와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이후 시위가 이어졌다. 6월 16일에는 홍콩 인구의 30% 가량인 200여만 명이 참여했다.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은 6월 16일 송환법 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이틀 뒤인 18일에는 "사회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송환법의 입법 절차를 다시 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7월 9일에는 송환법 개정안이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이 요구하는 "철회"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고 개정안은 여전히 홍콩 입법회에 계류 중이다. 시위대의 또 다른 요구인 장관직 사퇴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이에 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은 시위를 이어갔고 7월 1일 홍콩 입법회를 점거하기도 했다. 8월 5일에는 항공 승무원, 공무원, 사회복지사 등 20개 부문 5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파업을 했으나 캐리 람은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7월 21일 이후에는 시위대에 대한 백색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에 연행된 홍콩 시민은 500여 명에 달한다. 중국도 연일 홍콩 시위대에 대한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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