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비당권파 의원들이 오는 12일 집단 탈당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평화당 의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는 탈당 명분으로 '제3지대 신당'을 들었지만, 본질은 정동영 평화당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으로 분석된다.
대안정치 간사를 맡고 있는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12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평화당 탈당을 밝히겠다"며 "변화와 희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회의는 평화당 소속으로서는 마지막 회의"라고도 했다.
대안정치에는 유 원내대표와 천정배·박지원·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평화당 소속 의원은 14명이고,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의원을 포함하면 16명이다. 이 가운데 정동영 대표와 조배숙·황주홍·김광수·김경진·박주현 의원을 뺀 전원이 탈당을 예고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정동영 대표에게 원활하고 신속한 제3지대 신당 결성을 위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당권 투쟁'으로 받아들이며 거부했다"면서 "(탈당은)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안정치는 제3지대 신당을 중심으로 총선 전 정계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첫 단계로 평화당 현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 대표 측에서는 제3지대 신당 창당 추진에 대해서는 당내 기구를 통해 추진하자며 이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으나, 대표직 사퇴에 대해서는 '당권 투쟁'이라며 거부해 왔다.
그러나 정 대표 측이나 대안정치 측이나, 범(氾)진보개혁진영에 속한다는 정체성과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을 공유하고 있고 제3지대 신당 추진이라는 비전에도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정치적 노선 차이 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통상의 분당이나 신당 창당 사태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화당 비당권파와 가까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 시절 구 국민의당을 탈당해 평화당을 창당한 것이무슨 비전, 구조 문제보다도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었듯이,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라며 "정 대표가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하고 사당화한다는 리더십 문제가 본질이다. 다수 의원이나 원로들 의견을 무시한다는 점도 안 전 대표와 정 대표가 똑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계가 탈당하면 손학규 대표가 가진 바른미래당의 조직과 자금, 그리고 평화당 의원들이 가진 개인 경쟁력과 지역 기반을 합치는 합당이 가능하다"면서도 '그건 현재의 민주평화당으로도 가능한 시나리오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러니까 핵심은 정 대표의 리더십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당권파인 박지원 의원도 전날 문화방송(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을 보면 손학규 대표가 당 대표를 내려놓지 않고 '옥새'를 가지고 있으니까 아무 진전이 없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라며 정 대표를 정조준했다. 박 의원은 "정 대표가 있으니까 (영입 대상자들이) 불신이 생기지 않느냐"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비대위를 구성하는데 정 대표가 '나를 중심으로 구성하자'고 하면 (이전과)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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