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백화점·면세점 판매노동자에게 고객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2018년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등 유통업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유통업 노동자 건강이 여전히 악화하고 있고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인권위는 "화장실이 근무지 층에 없거나 매장 내 의자가 없는 곳도 많았다"며 "의무휴업 대상이나 휴게시설 확충 등을 통해 유통업 종사자가 건강권과 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도입됐으나 백화점과 면세점에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유통업 종사자가 장기근로로 인해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점을 비판했다. 인권위는 "주요 백화점의 영업시간은 오후 8시 30분까지이며 주요 면세점의 경우 밤 9시 또는 다음날 새벽까지 운영되고 대부분 연중무휴"라며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의 경우 하지정맥류, 방광염 등 각종 신체 질환이나 우울증 등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들보다 2배에서 최대 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 기준과 미이행 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 법제화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적용대상이나 범위 확대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을 통해 대규모 점포 등에 근무하는 유통업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개선돼 이들이 건강권이 보장되고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도개선 권고에는 2018년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2806명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참고했다.
앞서 지난 4월 22일 접수된 '백화점·면세점 내 고객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판매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해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진정에 인권위는 이같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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