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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대학입시에는 유리하나 대학공부에는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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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대학입시에는 유리하나 대학공부에는 걸림돌"

강남 8학군 학생들, 진학후 지방출신 학생들보다 학점 뒤져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대학 입학생들의 학업 성취도(학점)가 수능 성적과 거의 관계가 없고, 도리어 내신성적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사교육을 많이 받는 서울 강남 학생들의 대학진학후 학업 성취도가 자율학습 위주로 공부해온 지방 학생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사교육이 단지 대학입시에만 유용할 뿐 '자율학습 능력'이 중시되는 대학진학후에는 도리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 시험, 대학 수학 능력 평가와는 관계없어**

3일자 <교수신문>에 따르면, 대학 입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수능 성적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내신 성적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한양대가 최근 발표한 '최근 5개년 한양대생의 특성 및 학업 성취도와 주요 요인들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한양대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입학생들의 수능 성적ㆍ내신 성적ㆍ논술 성적ㆍ출신 지역 등 몇 가지 요인들과 학업 성취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우선 수능 성적과 학업 성취도는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성적 상위 2% 이내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4.5 만점 중 2.91로, 4% 2.77, 7% 2.82, 10% 2.81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10%에 속하지 않는 학생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좋은 학점(1학년 2.79, 2학년 2.89, 3학년 3.16, 4학년 3.13)을 보여 수능 시험이 사실상 대학 수학 능력 평가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공과대학과 상경대학 입학생의 경우에는 수리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성적이 학업 성취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내신 성적은 학업 성취도와 깊은 연관성 보여**

보고서에 따르면, 수능 성적과는 달리 내신 성적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신 1등급 학생의 평균 학점은 2.88로, 2등급 2.87, 3등급 2.79, 4등급 2.7, 5등급 2.69로 내신 성적이 좋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교양 과목에 한정했을 때, 또 공과ㆍ음악ㆍ인문ㆍ자연ㆍ사회ㆍ상경ㆍ체육 대학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자문에 응한 한 고교 입시 전문가는 "이번 조사가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높았던 2001년 이전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고등학교 전 학년에 걸쳐서 평가가 이루어지는 내신 성적이 단 1번에 평가되는 수능 성적보다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적합한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낮아져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대학 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비중을 축소하고, 수능 성적의 비중을 높여왔다.

***서울 강남 출신 학생들, 지방 학생보다 학업 성취도 크게 떨어져**

서울 강남 출신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지방 학생들보다 낮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서울 강남ㆍ서초구 8학군 출신 학생들은 전체 인원의 25.4%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수가 입학했지만, 다른 서울지역 출신들보다 학업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25개구 중 성동구(3.35)와 금천구(3.17) 출신이 가장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인 반면 강남구(2.72)와 서초구(2.67)는 각각 21위와 24위를 차지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더욱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타난다.

광역 시ㆍ도별로 보면 제주도(2.99)와 전남(2.88) 출신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고 서울(2.8) 등 대도시는 경남(2.87), 충북(2.85), 경북(2.84)보다 낮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이보다도 훨씬 낮은 학업 성취도를 나타냈다.

***"자율학습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

이번 보고서 분석에 직접 참여했던 배영찬 교수(화학공학과, 전 입학관리실장)는 "강남 지역 학생들은 일찍부터 스스로 공부해본 경험이 없는 데 반해, 지방 학생은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 스스로 공부하는 데 익숙한 탓"이라면서, "강남 학생들의 자율학습 능력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짚었다. 배 교수는 "학년이 올라가고 내용이 심화될수록 지방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다른 대학들도 이번 한양대 조사와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으로 1번에 학생들을 평가하는 수능 시험의 비중을 줄이거나 절대 평가 도입ㆍ자격시험 대체 등의 방안을 도입하고, 내신 성적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그 전제조건으로 "내신 성적의 변별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내신 성적이 평가의 핵심이 되어야"**

전교조의 송원재 대변인도 이런 배 교수의 견해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현재 수능시험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원래의 목적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송 대변인은 "사교육비를 집중 투자하면 높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수능 시험은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부적당하다"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현재 수능 시험은 그 비중을 줄이거나 자격시험으로 해야 한다"면서 "대신 내신 성적의 비중을 늘려 공교육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변인은 그와 함께 "대학들이 국ㆍ영ㆍ수 위주의 평가를 벗어나 창조력, 사고력, 분석력 등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입학 전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1월 5일,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앞두고 고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또 잠 못 이루면서 초조해하고 있다. 그날 하루로 인생의 상당 부분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제는 매년 계속되는 이런 악순환을 끊을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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