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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친일 음악가 조두남의 '선구자' 부활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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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친일 음악가 조두남의 '선구자' 부활을 꿈꾸는가

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 흉상 등 설치...조두남기념관 무산 후 15년만에

가곡 ‘선구자’는 제2의 애국가로 불렸던 국민 애창곡이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군이 선구자로 묘사됐다. 누구이든, 어느 자리이든, 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 토를 다는 이는 없었다. 적어도 지난 2003년 5월 이전까지는 그랬다.

친일 음악가 조두남이 친일 시인 윤해영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이라는 사실이 본격 알려진 건 지난 2003년 5월 26일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시립 마산음악관 내부에 설치된 친일 음악가 조두남의 형상과 밀랍모형. 지난 5월 마산음악관 리모델링 후 전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현재의 창원시립 마산음악관에서 ‘조두남기념관’ 개관식이 열렸고, 시민단체 회원들의 격렬한 개관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이름은 ‘마산음악관’으로 바뀌었고, 음악관 입구 돌비에 새겨진 선구자 가사는 지워졌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올해 5월 ‘선구자’ 악보와 가사가 적힌 게시물이 마산음악관 내부에 다시 등장했다. 조두남 형상과 피아노를 치고 있는 밀랍모형도 버젓이 전시되고 있다.

잠깐만 긴장을 풀어도 순식간에 퇴행하고 마는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아베 정부가 수출규제라는 도발로 경제전쟁을 일으킨 상황에서 친일 역사의 부활을 막으려는 청산의 노력과 의지가 마산음악관에서 다시 한 번 불이 지펴졌다.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가 6일 창원시립 마산음악관 앞에서 가곡 '선구자' 관련 설치물과 조두남 형상을 즉각 철거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열린사회희망연대와 적폐청산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6일 마산음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구자’ 관련 ‘용두레 우물’ 설치물과 조두남 형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5월 마산음악관 내부 전시물 재구성을 위해 구성된 전문가위원회 10명의 명단 공개와 창원시의원들의 이름이 새겨진 일송정 기증석의 즉각적인 철거도 요구했다.

지난 2003년 ‘조두남기념관’ 개관식 때 시민단체 회원들이 격렬하게 반대 시위를 한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반대 움직임이 있었고,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행되면서 전국적인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구자’는 국민적 애창곡이었기에 언론이나 국민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시민단체 회원 3명이 구속돼 실형을 받았고, 다수의 회원들은 불구속 입건돼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민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여론이 일었고, 시민단체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당시 마산시는 ‘조두남 기념관 관련 공동조사단’을 구성했다. 여론에 밀려 2003년 7월 18일부터 6일간 벌어진 조사에서 조두남의 친일 의혹 진상이 베일을 벗었다.

‘선구자’의 탄생지인 중국 연변지역 학자들과의 토론을 비롯해 조두남·윤해영과 함께 활동했던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친일행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해 8월 28일 발표된 최종 결과는 ‘조두남은 일제하 만주지역에서 친일 음악 활동을 한 혐의가 짙은 음악가로 사료된다’였다.

조두남은 지난 1944년 현재의 만주 영안에서 친일 시인 윤해영이 작시한 ‘아리랑 만주’와 ‘룡정의 노래’(선구자)에 작곡해 신작발표회를 가졌고, 친일 노래 ‘징병령의 만세’와 악극 ‘스파이와 오도르’(간첩이 날뛰니 주의하라)의 곡을 붙인 혐의도 드러났다.

이후 2009년 11월 6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두 친일파의 친일행위에 대한 엄밀한 조사와 연구를 거쳐 더 상세한 내용이 기록돼 등재됐다.

열린사회희망연대와 적폐청산 경남운동본부는 “마산음악관 내부 전시물 교체 작업을 하면서 ‘선구자’를 조두남의 대표작이라며 악보와 가사가 적힌 게시물을 당당하게 전시해놓았다”며 “그 옆에는 친일작품 활동도 기록해 공과 과를 동시에 전시해 놓았다는 명분을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조두남이 비록 친일은 했지만 ‘선구자’라는 작품만은 공으로 높이 평가해 달라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들은 ‘착각 중의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구자라는 단어는 독립운동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제의 주구가 돼 동족인 독립군을 토벌하는 데 앞장서거나 일제 식민지 만주 개척의 첨병역할을 한 조선인들을 치켜세우는 호칭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본래 ‘룡정의 노래’였던 제목을 ‘선구자’로 바꿨다”며 “가사 또한 제목에 맞게 고치고, 작사자와 창작배경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감동적인 소설로 만들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작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운동의 주무대인 만주에서 잉태된 친일의 흔적 ‘선구자’. 이 노래의 불온한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더 이상 부르지도 듣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를 부활시키고자 한 의도는 명백히 밝혀져야 하고, 관련 시설물도 즉각 철거돼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이날 요구이다.

친일의 역사는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시간을 거슬러 대한민국 내부에서 늘 부활을 꿈꿔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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