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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80명 집단단식 1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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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80명 집단단식 19일째

삼성생명 해고노동자들 "이번에는 끝을 보겠다"

요즘 아침에 서울시내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싸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덕수궁 앞에 검은 만장을 들고 줄지어 서있는 이들을 접하게 된다. 1998년도 5월과 10월 해고된 삼성생명 해고자들의 외로운 시위다.

5년 동안 복직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는 80여명의 삼성생명 해고자들이 31일 현재 19일째 집단으로 단식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나 이들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안쓰러운 투쟁을 지원하기로 한 1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생명이 이번에는 성실한 반응을 보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5년에 걸친 복직 투쟁, 80여명 19일째 단식 중**

80여명의 삼성생명 해고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10월 31일 오후, 남대문 서울 상공회의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삼성생명의 성실한 반응을 촉구했다.

31일은 80여명의 삼성생명 해고자들이 단식에 들어간 지 19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1998년 5월과 10월에 해고당한 뒤, 5년 동안 복직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80여명의 삼성생명 해고자들이 마지막 극한 투쟁에 나선 것이다.

해고자들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윤진열 위원장은 "하나뿐인 우리의 목숨을 원직 복직과 바꾸겠다"면서 "원직 복직될 때까지 투쟁을 이끌어 가자"고 해고자들을 독려했다. 윤 위원장은 "5년 동안 대다수 언론을 비롯해서,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쏟지 않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삼성의 본질이 밝혀졌다"면서 "이 싸움은 정당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해고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심재옥 서울시의원도 해고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심 의원은 "단식 투쟁을 하는 모습을 보니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면서 "밥은 먹고 살아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단식 투쟁 등 극한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처지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심 의원은 "삼성생명은 5년이나 끌어온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삼성생명의 무대응을 비판했다.

***삼성생명, 5년 동안 무응답으로 일관**

한편 지난 1998년 주로 여성 노동자 위주로 1천7백여명을 해고한 삼성생명은 해고자들의 5년에 걸친 요구에 대해서 무응답으로 일관해 왔다.

삼성생명 해고자들은 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했던 삼성생명이 1999년 3월 "9백56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고, 곧이어 삼성자동차 직원들을 채용한 것이야말로, 1998년 해고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5년 동안 명예 훼손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해고자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를 적용하고, 삼성생명 본사 건물에 외국 대사관을 유치하여 건물 1백 미터 이내 집회금지 조항의 집시법을 악용하여 집회를 봉쇄하는 등 해고자들의 복직 투쟁을 방해해 왔다.

31일에도 시위 소음을 이유로 해고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근처 신한은행 직원들에게, 한 신원 미상의 정장 차림의 남성이 "신한은행 업무에 방해되니, 집회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라"고 사주하는 것을 기자가 발견했다. 삼성에서 나온 사람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 남성은 "삼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지나가는 행인"이라고 부인했다.

***단식 농성장도 철거당해, "이번에는 끝을 볼 것"**

80여명의 삼성생명 해고 노동자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천막 농성장도 경찰에 의해 강제로 철거당했다. 단식 농성 11일째인 지난 23일 오후 3시경 남대문경찰서는 서울 상공회의소 앞 농성장을 철거하고, 위원장과 여성 해고자를 포함한 24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29일 서울역 광장에 다시 천막 농성장을 짓고, 집단 단식 농성을 재개하고 있다. 그 동안 다수의 해고자들의 건강이 나빠져 현재 20여명이 끝까지 단식할 것을 결의한 상태다. 삼성 해고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끝을 보겠다"는 각오다. 이제 삼성생명이 답할 때이다.

다음은 윤진열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윤진열 위원장 인터뷰**

프레시안 : 5년간이나 투쟁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반응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윤진열 위원장 :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삼성생명은 반응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당한 투쟁을 방해하고 있다. 밀착 감시를 하거나, 가족들에게 "투쟁해도 소용없다"고 협박을 한다. 흥국생명 때부터 만들어진 어용 노조를 앞세워 "노사합의가 된 사안"이라고 거짓말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단식이란 극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인가?

윤 위원장 : 일단 삼성생명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단식 투쟁을 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는 끝을 볼 것이다.

프레시안 : 복직이 최종 목적인가?

윤 위원장 : 5년이나 지났다. 사실 삼성생명측이 1998년 해고에 대해서 성실하게 사과만 해도 해결될 문제다. 삼성생명측은 우리 보고 보상금이나 탈 궁리를 하는 사람들로 매도하지만, 돈이 문제였다면 이미 이 싸움은 접었다. 우리 대다수는 해고당하면서 엄청난 배신감과 인간적 모멸감을 맛보았다. 지금 바로 그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확실히 말하건대 삼성생명이 성실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그간 대화가 전혀 없었는가?

윤 위원장 : 2000년 말에 한 번 대화가 있었다. 이 때 삼성생명도 자기들의 책임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그 때 복직은 안 된다고 하더라. 별 성과는 없었지만 삼성생명도 우리들의 투쟁에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음을 알았다.

프레시안 : 5년 동안 싸우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었인가?

윤 위원장 : 어렵게 싸워왔다. 가장 큰 소득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자본과 당당히 맞섰다는 것이다. 많은 성과들이 있다.

당장 29일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한 '대사관 앞 집회' 위헌도 우리가 처음 문제제기를 해서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삼성생명이 대사관을 유치해 우리 집회를 막은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였다.

'STOP 삼성' 운동을 전개해 시민사회단체들이나 국민들이 삼성그룹의 부당한 면들에 주목하게 한 것도 우리가 최초였다. 우리는 비록 많은 것을 얻지 못했지만, 국민 경제적 측면에서는 큰 기여를 했다.

프레시안 : 80여명이 단식을 시작했다. 현재 몇 명이나 함께 하고 있는가?

윤 위원장 : 여성들이 많다. 건강이 나빠진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 단식을 중단시키고 한 20명이 함께 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에는 끝을 보겠다.

프레시안 :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 프레시안도 끝까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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