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신형 정밀유도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지역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지 하루만에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미국이 1987년 구 소련과 맺은 INF는 지난 30여 년 동안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500∼5500㎞ 사거리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금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이로써 미국의 INF 탈퇴가 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호주를 방문한 에스퍼 장관은 이날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 중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 몇 달 내에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크루즈미사일을 포함해 장거리 정밀유도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며 "INF 조약을 끝날 때를 대비해 효과적인 사거리로 확대할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도 우리가 방어해야 하므로 장거리 정밀 발사 전력을 하루빨리 개발해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겨냥할 수 있는 중장거리(1000~5500km) 지대지 미사일이 아시아 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중 무역 갈등을 안보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동북아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그는 배치 예상 지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동맹과의 논의 등에 달려 있다고 덧붙여 한국이 배치 지역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괌 같은 지역에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본이나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이런 배치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며 "몇 달 내에 배치되기를 원하지만 정해진 시간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에 대해선 "우리가 이 문제를 한동안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보유한 미사일의 80% 이상이 INF 사거리 시스템이므로 우리가 가벼운 전력을 갖는다고 중국을 놀라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INF 조약 탈퇴에 대해 깊은 유감과 반대 입장을 표한데 이어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미국이 중국을 INF 탈퇴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새로운 군비경쟁을 향해 위험하게 방향을 전환한 데 동맹국들이 기겁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에스퍼 장관은 오는 9일 한국을 방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담에서 에스퍼 장관은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문제를 비롯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구성 등의 문제로 우리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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