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고교 평준화 제도의 폐지를 거듭 주장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지방부터 단계적으로 중ㆍ고교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 총장의 발언은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고교 평준화 유지 재확인 방침을 확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고교 평준화 제도를 놓고 교육부총리와 서울대 총장이 정면 대립하는 양상이 되었다.
***정 총장, "지방부터 중ㆍ고교 입시 부활시켜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28일 오후 한국은행 임직원 1백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미래와 교육의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행한 특별 강연에서 "고교 평준화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고교 평준화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그는 "서울이 전국 인구의 25%인데 서울대생의 40%가 서울 출신이고 특히 경제학과, 경영학과, 법학과 등 3개 인기학과의 경우는 60%가 서울 출신"이라며 "그것도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권 3개구에 집중돼 있어 갈수록 계층간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정부가 만약 평준화의 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지방 중ㆍ고교부터 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정 총장은 "한국 대학도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학부생은 물론 대학원생의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지난 9일에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강연에서 "고등학교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부총리 "고교 평준화 제도 유지" 발언 하루 만에 정면 반박**
한편 이런 정 총장의 발언은 윤 부총리가 고교 평준화 제도 유지 방침을 표명한 뒤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부총리는 27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평준화는 의무교육이며 보편 교육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평준화는 하루 아침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고교 평준화 제도 유지 방침을 강하게 밝혔다. 정 총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과 재정경제부 등의 잇따른 평준화 해체 요구에 교육부총리로서 정면 대응을 한 것이다.
또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고교 평준화가 학교별 특성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학교 서열화를 줄이는 데는 성공하는 등 장점도 많았다"면서 "평준화 이후 기본학력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주장해 평준화의 긍정적인 점을 부각시켰다. 정 총장의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정 총장, "여러 자리를 맡아달라는 제의 받았으나 거부"**
한편 정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정부로부터 여러 자리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부했다는 얘기를 해 관심을 끌었다.
정 총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해 여러 자리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스스로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잘 모르는 분야에는 나가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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