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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우리가 일본 상징인 '본(本)' 용어를 애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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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우리가 일본 상징인 '본(本)' 용어를 애용하는가?

[기고] 일본 중심의 차별과 위계질서에 바로 '본(本)'이 존재한다

日本 국명의 유래

일본은 '본(本)'이라는 말을 특히 즐겨 사용한다. 사실상 '본(本)'은 일본(日本)의 대표적인 이미지요 상징이다.

일본은 고대시대부터 태양신을 숭배하였고, 이로부터 스스로 ひのもと, 즉 '태양의 본(本)'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이것이 곧 오늘날 日本이라는 국명을 가지게 된 유래이다.

'본청(本廳)'? 차별적 위계적 용어

'본청(本廳)'이라는 말은 우리 주변에서 지금도 흔히 사용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 '본청'이라는 용어는 한 마디로 권위주의적이고 상명하복의 상징이다. '본청'이라는 말에는 '본청' 외의 나머지 건물 혹은 조직은 모두 '본청'에 복종해야 한다는 묵시적인 '강제성'이 이미 내재하고 있다.

물론 '본청'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만들어지고 일제 강점기 이래 사용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본청'이라는 용어 사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아베 정권의 배후에는 일본 정계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 극우단체는 비단 '일본회의'만 존재하고 있지 않다. '신도(神道)정치연맹(신정련)' 역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극우단체다. 현재 아베 내각 중 19명이 이 단체 소속이다.

그런데 이 신도정치연맹은 우리에게 신사참배로 잘 알려져 있는 신사(神社)를 총괄하는 '신사본청(神社本庁)'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신사본청'은 이세신궁(伊勢神宮)을 중심으로 하여 2차 대전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 등 전국적으로 8만 곳에 이르는 신사를 거느리고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인식한 차별과 위계의 질서에 바로 '본(本)'이 존재한다

중국은 서구에서 China라 지칭된다.

그런데 일본은 이 China를 구태여 '지나(支那)'라는 '비칭'의 용어로 지칭하였다. 자신들이 중심, '本'이고 중국은 기껏 가지, 支에 불과한 나라, 즉, 중심인 자기 나라에 붙어있는 주변 나라라는 말을 굳이 고집하고 싶었던 것이다. '본청(本廳)'과 '지청(支廳)'의 '상하' 관계와 그 사고방식 혹은 심리가 완전히 동일하다.

일제 강점기 시기 일본은 자신들을 스스로 본국(本國) 혹은 내지(內地)라고 칭했던 것도 마찬가지 사고방식과 심리 상태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 일본은 자기들 본국(本國), 혹은 내지(內地)는 법률에 의해 규정한 반면, 조선을 비롯한 타이완, 만주, 태평양군도 등 식민지의 외지(外地)에는 '법률'이 아니라 그 하위의 '칙령(勅令)'을 발포(發布)하여 통치하였다.

일본의 철저한 차별과 등급, 위계질서의 사고방식, 그 한 가운데 바로 '본(本)'이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국회본회의? 잠실본동? 본좌?

이렇게 '본(本)'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차별적이고 위계적이며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용어이다.

​'국회본회의'라는 말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국회의 나머지 회의들은 그저 부수적이고 하위의 위상을 지닌 회의란 말인가? 사실 상임위 회의는 현대 의회 활동의 중심지로서 최소한 본회의와 동등하게 대단히 중요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간 우리에게 주입된'본(本)'의 이미지로 인하여 '본회의'가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선입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만든 용어인 '본회의'는 '전체회의'로 대체되는 것이 타당하다.

또 '잠실 본동' 등에 사용되고 있는 '본동(本洞)'이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본동' 아닌 다른 1, 2, 3동...... 등은 자연스럽게 부수적이고 차등적이며 하위에 놓이게 된다.

물론 '본좌(本座)'처럼 일본으로부터 유래된 희귀한 말도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구태여 일본의 상징인 '본(本)'이란 용어를 애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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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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