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회장, 이번엔 조세포탈로 고발돼

전경련 회장직 사의 표명, 전경련 후임자 놓고 전전긍긍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비자금 제공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조세 포탈 혐의로 국세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손길승 회장 거액의 조세포탈**

국세청은 23일 "SK해운에 대한 정기 법인세조사 결과 소득금액 4천65억원을 탈루한 사실이 적발돼 법인세 등 1천4백99억원을 추징하기로 했다"면서 "조세범처벌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이 회사 대표이사인 손길승 회장과 공동 대표 이승권 사장을 22일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SK해운이 지난 97년 이후 법인세 자진 납부 실적이 저조하고 전산 성실도 분석 결과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고 법인세 일반 조사 대상으로 선정, 지난 6월20일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세무자료를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국세청에 따르면 SK해운이 탈루한 소득금액 중 단순 회계오류 등으로 인한 탈루금액을 제외하고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포탈 혐의액은 1천4백8억원이며 이에 대한 포탈세액은 3백93억원에 달했다.

***회사 자금 2천억원대 변칙 유출 확인**

국세청은 또 세무조사 결과 SK해운의 법인 자금 2천3백92억원이 변칙적으로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적발하고 법인세법에 따라 '대표자에 대한 상여'로 간주해 SK해운에 소득세 8백45억원을 부과했다.

SK해운에 부과된 소득세 8백45억원은 일단 법인에 부과됐으나 법인이 이를 내지 못할 경우 손 회장이 내야 하며 법인이 세금을 낸 뒤에 손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어 사실상 손 회장 개인에게 부과된 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외부로 유출된 자금 2천3백92억원이 정치권으로 유입된 비자금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외부로 자금을 유출한 주 행위자는 손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2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경련 회장직 사의 표명, 후임자 놓고 진통 계속**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유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검찰로부터 횡령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는 손 회장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고, 그동안 회장 사임을 만류해온 전경련도 더이상 회장직 수행이 힘들다는 판단아래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후임자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그룹 오너들이 모두 고사하고 있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SK비자금 수사가 자칫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위기어린 판단들을 하고 있어 모두가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전경련에서는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는 현명관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나, 최근 하나로통신 외자유치를 둘러싸고 삼성과 LG간 불협화음이 노정되는 등 재계 내부의 갈등 기류가 만만치 않아 아직 누가 차기 전경련 회장이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