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서울 지역 8개 자사고, 부산 해운대고 등 10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대한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가 열린다. 지정위는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의 지정 및 취소와 관련해 교육부 장관에게 자문하는 기구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 존폐 문제에 있어 지정위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다. 가장 많은 자사고의 지위 유지 여부가 사실상 이날 결정되는 셈이다.
지정위를 3일 앞둔 지난 29일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정책국장, 김은정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홍민정 사걱세 상임변호사가 참석했다.
"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기준 변화 정당하다"
재지정 평가 국면과 관련해 김은정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교육청의 평가 기준 변화는 정당하다며 교육부의 재지정 취소 부동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각 시도 교육청이 ‘2019년 자사고 2기 재지정 평가’에서 학교운영·교육과정, 사회통합전형에 대한 배점을 높인 것을 정당하다고 봤다. 김 위원은 "학교운영·교육과정 운영 배점 강화는 고교교육 다양화라는 자사고 정책 목적에 비추어볼 때 정당한 평가 기준 보강이다"라며 사회통합전형에 대해서도 "높은 학비를 받는 자사고가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와 교육 기회 균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는 당연히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서울시 교육청이 감사 등 지적사례에 대한 감점 폭을 2015년 최대 5점에서 최대 12점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합당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자사고 입장에서 볼 때 감점의 폭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자사고에 대한 감사나 지적사례는 크고 중한 것이 많아 이에 대한 엄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은 교육부가 사회통합전형을 이유로 상산고 재지정 취소에 부동의한 사실을 비판했다. 김 위원은 "상산고와 같은 구 자립형 사립고에 사회통합전형 비율의 법적 의무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2013년 교육부는 2기 재지정 평가에서 구 자립형 사립고의 사회통합선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며 "교육부가 재지정취소 동의 의지가 있었다면 이를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봐주기 평가를 했다”고 성토했다.
"정부의 고교교육 혁신방향 로드맵 수정이 필요하다"
김 위원은 평가는 평가대로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국정과제인 고교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재지정 평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대로 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8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보면, 정부는 "고교체제 개편"과 "고교학점제 및 성취평가제"를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 로드맵은 △ 2017~19년 자사고 등과 일반고의 학생 동시 선발 등 고입제도 개선 △ 2018~20년 재지정 평가 및 행·재정적 지원 통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로의 단계적 전환 △ 2020년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고교체제 개편방안 확정을 내용으로 한다.
김 위원은 고교체제 개편 로드맵과 관련해 "내년까지는 재지정 평가 이외의 다른 안이 없는데 재지정 평가를 통해 고교체계 개편을 이룰 수는 없다"며 "정부가 고교체제 개편을 사회적 합의로 미룰 것이 아니라 방향을 분명히 잡고 지금 스텝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고교교육 혁신 전반과 관련해 "정부가 예측가능하고 실현가능한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며 "몇 년 뒤에 단계를 진행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년에 이렇게, 내후년에 이렇게 하는 식으로 로드맵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정책국장도 "재지정 평가를 통해서만 고교체제 개편을 하려 한다면 외국어고와 국제고까지 가세하는 내년에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정책 시행의 불투명을 예방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또 다른 고교교육 혁신방향인 고교학점제 및 성취평가제 로드맵은 △ 2021년까지 학점제 도입 기반 마련 △ 2024년까지 학점제 부분 도입 △ 2025년 학점제 본격 시행을 내용으로 한다.
구 국장은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된 고교교육 다양화의 시초가 될 수 있다"며정책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2025년으로 잡았는데 정권이 바뀐 뒤에 시행한다는 셈이라 폐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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