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공사와 관련해 도롱뇽을 원고로 한 소송이 제기됐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노선을 반대해왔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도롱뇽을 원고로 해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공사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부산지법에 15일 제출했다.
***"터널 뚫릴 경우 도롱뇽 서식지 훼손될 수밖에 없어"**
대책위는 15일 부산지법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1994년 실시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천성산 일대에 서식하는 법적 보호 양서류 1호인 꼬리치레도롱뇽 등이 제외됐다"며 "터널이 뚫리면 도롱뇽의 서식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대책위는 원고 도롱뇽을 대리하여 지율 스님 등 대책위 대표들과 실무자 3명으로 구성된 '도롱뇽의 친구들'을 소송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앞서 녹색연합은 고소장과 함께 현재 진행중인 천성산 고속철도 구간의 환경영향평가에 "수달,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을 포함해 30종 이상 되는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단 한 종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전면 재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고속철도공단측은 "10년 전 환경영향평가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의 주장은 주관적인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어떤 소송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법원은 원고 적격여부를 판단한 뒤 관할을 고려해 부산지법이나 울산지법에 배당할 예정이다.
***도롱뇽, 법정에 설 수 있을까?**
한편 이번 도롱뇽 소송이 진행될 경우, '자연환경이 법적인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고, 대형 국책사업과 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의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98년 3월 녹색연합이 낙동강 재두루미의 떼죽음과 관련해, 재두루미를 원고로 하고 천연기념물 보호에 소홀한 문화재청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고 부적격으로 곧바로 기각됐다.
또 2000년 5월에도 녹색연합이 새만금 간척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어린이들을 원고로 내세웠던 미래세대 소송이 있었으나 공사가 시작되던 10여년 전에 행정심판을 먼저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해 6월 초 서울고법의 2심 재판에서 기각된 적이 있다.
이런 국내 사정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1970년대부터 자연 환경에 법적 권리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자연 환경이 원고로 포함된 많은 소송 사례가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에서 홋카이도의 다이세쓰산 국립공원 인근의 주민과 환경단체가 터널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다이쎄쓰산에 서식하는 '우는 토끼'를 원고로 소송을 제기해 30년 만인 99년 3월 승소했다.
국립공원 내 특별보호지역에 터널이 뚫릴 경우 주변 지역 온도가 상승, '우는 토끼'의 서식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우는 토끼'는 몸길이 11~19cm로 백두산 등 한반도 북부와 홋카이도·사할린·시베리아 등지의 고지대에 서식하며 특유의 소리를 낸다.
또 미국에서는 생물종의 서식지 보호가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희귀종을 원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만 해도 하와이 새 빠리야 사건(1979)을 시작으로 점박이올빼미 사건(1988, 1991), 그래엄산 붉은다람쥐 사건(1991), 하와이 까마귀 사건(1991), 프로리다 사슴 사건(1994), 바다오리 사건(1996) 등 여러 사례가 있다. 이 중 피고가 원고의 자격을 문제삼은 하와이 까마귀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물의 원고로서 지위가 인정되었고, 그것은 소송에서도 유리한 면으로 작용되었다.
녹색연합은 "우리가 미물이라고 부르는 생명을 통해 현재의 개발과 자연파괴를 재조명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도롱뇽 소송은 환경보전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환경부와 전문가·개발업체의 야합이 국가 미래와 환경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생명의 입장에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녹색연합은 이번 소송이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생명 공동체를 회복하고 우리의 생명존중 미덕을 되살려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 고독한 투쟁 계속중**
도롱뇽의 대리인으로 나선 지율 스님은 지난 봄 38일간 단식과, 삼천배·삼보일배 수행에 이어 지난 4일 무기한 단식 기도를 다시 시작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 전면 백지화를 약속했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구간은, 현재 정부가 강행 방침을 결정한 상태다. 14일 천성산-금정산 고속철도 관통반대 대책위는 재심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백지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 적이 있다.
도롱뇽을 비롯한 천성산 생명들의 외침과 지율 스님의 고독한 투쟁이 노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어떤 대답을 들을지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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