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가 노동당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독일 국적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각계 사회 원로들도 송두율 교수를 우리 사회가 포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송교수에 대한 포용을 언급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검찰의 형사처벌 수위가 주목된다.
***송두율 교수, "노동당 탈당, 대한민국 헌법 지키며 살겠다"**
송두율 교수는 14일 오후 1시30분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동당 탈당을 선언하고, "독일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송교수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생긴 "혼동에 관해 어떤 해명이나 사과보다도 다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에서 탈당"한다고 밝혔다. 송교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며 살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덧붙였다.
또 송교수는 "고향에 돌아온 사람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살고자, 독일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송교수는 "그에 따른 어떤 불편이나 처벌과 고통도 감내할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원로들, "상처입은 귀향자를 끌어안자"**
한편 김철 한국천도교 교령, 강만길 상지대 총장,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등 종교계·학계·문화예술계 원로 56명은 이 자리에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갑시다"라는 의견서를 내고 송두율 교수를 우리 사회가 포용할 것을 촉구했다.
원로들은 "분단으로 말미암은 상처가 없는 사람은 민족 구성원 가운데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런 중에 이분법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송교수 사건을 어떻게 매듭짓느냐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숙을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이라면서 "이 땅에 살고자 온 상처 입은 귀향자를 끌어안아 우리 사회의 민주적 역량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원로들은 "우리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 화해의 관점에서 상처를 끌어안고 치유하는 입장에서 송교수를 포용하자"고 촉구했다.
다음은 송교수의 사과회견문 전문.
***송교수 회견문**
37년 만의 귀향에서 저는 참으로 많이 변한 조국을 돌아보며 감개무량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며, 저에게는 놀라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께서 베풀어주신 관심과 배려에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몇 가지 다짐을 할까 합니다.
그간 귀국을 전후하여 본의 아니게 저로 말미암아 생긴 혼동에 관해 어떤 해명이나 사과보다도 다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다짐은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땅에 살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부대끼고 실천하고자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우선 저는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에서 탈당하고자 합니다. 제가 의도했든 안 했든, 더는 구구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준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며 살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또한 고향에 돌아온 사람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살고자, 이 땅에 책임을 지고자 독일국적을 포기하겠습니다.
여기에 따르는 어떤 불편이나 처벌과 고통도 감내할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립니다.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숱한 사람들이 고난을 겪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길을 결코 피하지 않겠습니다. 이 선택은 제 가슴에 남아 있었던 오랜 빚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믿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동료 후학들과 같이 학문을 연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와서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학문은 역시 생생한 현장에서 익히고, 깨우쳐야 하며, 민족을 위한 쟁기와 보습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제 학문의 출발점이지 미래인 이 땅이야말로 제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그렇듯, 저 또한 독일에서 달을 바라보며 고향을 향한 그리움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평양에 갔을 적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서울에 와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빛이 온 나라에 밝듯, 그리움이 다를 수 없듯, 분단과 경계를 넘어서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나라의 민주화와 남북한의 화해 협력의 길에 저도 계속 동참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2003년 10월 14일
송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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