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24일 자정 마감한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의견 공모에 3만 건이 넘는 의견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한국의 화이트국가 배제 찬성 의견이었다.
앞서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27개 화이트리스트 국가 가운데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경제산업성은 모집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한 뒤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한국의 국무회의 격인 각의에서 결정하며, 공포 후 21일이 지나면 시행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시기는 8월이 우세하다. 일본 측 가이드라인을 보면, 입법 예고 사안의 경우 의견서 수에 따라 최대 14일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통상의 경우 제기되는 의견이 수십 건에 그치는 반면 이번 건은 3만 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는 불가능하단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화·금요일마다 열리는 각의(국무회의 격)에서 의결을 해야 하는 사안인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부터 휴가를 떠난 터라 7월 중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포 후 21일이 지나면 시행되는 규정에 따라, 8월 9일 전에 의결이 이뤄질 경우 8월 중 시행이 될 수 있다. 이후 의결된다면 시행 일시는 9월로 넘어간다. 시기의 문제일 뿐, 궤도에 오른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시행되면 한일 간의 경제적 전면전이 불가피해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만약 일본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면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경고하며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외교적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자"고 톤을 높였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며 국제적 우호 여론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 갈등에서 기인한 조치"라며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일본이 자유무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국제적 여론을 조성한 뒤, 일본이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하는 시점에 분쟁해결절차에 관한 양해(DSU) 절차에 따라 정식으로 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8월부터 10월까지 벌어지는 한일 양국의 정치 일정이 한일 갈등의 고빗사위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우선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8.15 광복절이 첫번째 분수령이다. 한국은 광복절, 일본은 종전기념일(패전일)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녹아있어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메시지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각 정상이 내놓는 메시지 내용에 따라 확전이냐 아니냐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일본의 개각 역시 변곡점으로 꼽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참의원 선거를 치른 아베 총리는 9월 중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에 어떤 인사들이 배치되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정적인 고비는 10월 22일로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이다. 일본은 반세기 만에 맞는 이 대형 이벤트에 195개국 정상 등 2500여 명의 외교사절을 초청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나가미네 야스마사는 주한 일본대사는 최근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 "10월 일왕 즉위 전까지 (한국이) 특사를 파견해야 한국도 축하 사절단을 보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고 윤 위원장이 밝혔다. 그러나 그 전까지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의 축하 사절단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8월부터 10월 일왕 즉위식까지 이어지는 향후 3개월이 향후 한일 관계를 규정할 결정적 시기로 판단, 일본의 압박 수위에 따라 맞춤형 대응 카드를 뽑는 '전략 게임'에 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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