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한 무장단체가 "미.영군을 지원해 1천3백명의 병력을 보낸 스페인도 공격목표로 삼겠다"고 경고한지 며칠도 되지 않아 이라크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무관이 괴한 3명으로부터 무참하게 살해됐다.
파병에 참여하는 다국적군도 미.영군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의 배신자'로 처단될 것이라는 이들의 경고가 곧바로 실행된 셈이다.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될 경우 직면하게 될 현실이기도 하다.
***스페인 외교관, 바그다드 대사관 숙소에서 총격 사망**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바그다드 한 경찰서에 폭탄으로 무장한 차량이 돌진해 최소 8명의 사망자와 4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테러 사건이 일어난 시점과 거의 같은 시각에 바그다드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에서 34살의 스페인 외교관이 암살됐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호세 안토니오 버날 고메스라는 이름의 이 외교관이 자신의 숙소에서 시아파 무슬림 성직자 복장을 한 남자에게 문을 열어 준 뒤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암살 사건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며 사건 전날밤 수상한 사람들이 대사관과 인근 숙소 주변에서 목격됐으며 아마 사전 답사가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메스는 대사관의 정보담당 부책임자로 이날 아침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도망치려고 했으나 3명의 남자가 차량을 타고 기다리고 있었다. 고메스는 맨발로 속옷차림으로 도망치다가 넘어졌고 숙소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서 한, 두 명의 남자로부터 총격을 받고 즉사했다.
***스페인, "파병때문이 국민들이 공격목표가 되고 있다" 분개**
스페인의 한 당국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이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정보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야당들도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아즈나르 총리 때문에 스페인 국민들이 점점 더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고메스는 지난 8월 바그다드 유엔 사무소의 폭탄 테러로 스페인 해군 소령 마누엘 마티 오아르가 사망한 것과 달리 스페인 외교관으로 직접 공격받아 사망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스페인 정치권과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국민들은 이라크 전쟁 전부터 무려 90% 이상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아즈나르 총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5월1일 이라크 주요 전투 종결을 선언하는 등 압승을 보이자 정치적 패배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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