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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학교별 수능 점수 공개하라"

학교 서열화 신호탄?…고교 등급제 악용 가능성

전국 학교별 학력 격차가 담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5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학교별 자료가 포함된 2002~2005년 수능시험과 학업 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정보 공개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학교별 수능시험 원자료를 공개토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02~2003년 학업 성취도 평가 자료는 "학생·교장·교사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포함해 대상이 누군지 식별할 수 있으며, 표본 조사 방식의 대표성에 의문이 있는 등, 비공개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이 역시 공개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재판부는 "수능시험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 간 서열화나 사교육 심화 등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지만, 학교별 학력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미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이 심화된 현실에서 시험 정보를 연구자 등에게 공개해 현실 개선에 활용하게 하는 것이 정보 공개법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교 간 서열화, 사교육 의존 심화, 수능시험 관련 교과 영역의 편중 등을 수능성적 공개에 따른 부작용으로 꼽으면서도 "교육 현실의 실증적 분석과 교육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때 유용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어 효율적인 학교 모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점수 공개를 허용했다.

대법원의 이런 판결은 "수능시험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수능 업무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는 1심과 2심의 판결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학업 성취도 평가 자료를 놓고는 비공개 판결을 내려 "교육 현실의 정상화를 위해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2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1심 재판부는 학업 성취도 평가 자료에 비공개 판결을 내렸었다.

조전혁 의원은 인천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5년 "교육 실태를 연구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수능시험과 학업 성취도 평가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교육부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교과부 역시 "서열화를 부추겨 공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했지만, 지난해 10월 조 의원에게 2008년 원자료를 제공해 전국 고교의 수능성적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학교 서열화·과열 경쟁 신호탄…"현대판 '학력 연좌제' 시대 열렸다"

대법원의 판결로, 앞으로 학교명이 명시된 수능시험 원자료가 대부분 공개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고교별 성적을 비교·평가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판결에 따라 학생의 개인 정보는 제외되지만, 전국의 학교와 지역을 수능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할 수 있게 된 것.

수능성적 공개는 필연적으로 학교 서열화와 학교 간 과열 경쟁을 불러, 결국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 "이 판결을 통해 전국 2248개 고등학교가 서열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여기에 230여 개 시··구의 서열까지 매겨지면서 '현대판 학력 연좌제'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어서 "학생들은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이 어느 학교, 어느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차별받게 될 것이고, 지역별 쏠림과 공동화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성적 향상의 압박을 받는 교사들은 인성 교육을 뒤로 한 채 학력 만능 교육에 몰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개되는 성적이 연구를 목적으로 제공된다고 하지만, 대학에 의해 '고교 등급제'로 악용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일부 사립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악용해 수능 성적이 좋은 학교의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대학들이 입시에서 고교등급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교조는 "이미 지난해 10월 연구 목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제공된 수능성적 자료가 언론에 유포되면서, 그 결과 애초의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채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았었다"며 "이러한 현실을 간과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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