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직분에 걸맞지 않게 '국익'을 앞세우며 파병 찬성 입장을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박승, "국익 생각하면 파병해야"**
박승 총재는 9일 콜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소신을 묻자 "보는 각도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지만 경제와 외교 등 국익만을 생각한다면 파병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일부 각료들이 앞서 했던 예의 '파병 국익론'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박 총재의 이날 발언은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것은 아니나, 기자들과의 식사자리 또한 '공식성'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식사자리에서 나온 발언 모두가 기사화됐다는 점에서 개인의 사견이 아닌 공인의 공식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박 총재의 발언이 기사화되자 한은 관계자들은 크게 당혹해 하며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사자리에 배석했던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이 총재에게 소견을 묻긴 했으나 총재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재와 한 테이블에서 식사했던 기자들은 "박 총재가 분명 그런 말을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값이나 잡지 웬 파병 운운?"**
이같은 박 총재 발언은 아무리 기자들이 묻더라도 '해서는 안될 발언'을 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지배적 평가다. 파병에 대한 반대여론이 지배적이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파병 발언 자제를 지시한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이같은 발언을 한 것 자체가 경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한은의 금리정책 실패로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한은에 대한 세간의 눈총이 전례없이 따가운 시점에 이같은 엉뚱한 발언을 한 데 대해 많은 한은 관계자들은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과 7월 아파트값이 폭등을 계속하고 있어 금리인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콜금리를 두차례 인하했으나 경기침체는 도리어 심화되고 아파트값 폭등만 부추킨 결과를 초래, 여론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다.
당시 박승 총재는 아파트값 폭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인하하며 "아파트값 폭등은 강남만의 문제"라며 "내가 살고 있는 은평구 집값은 십여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
***박승 "아파트값 폭등은 천민적 교육시스템 탓"**
박 총재는 또한 이날 아파트값 폭등과 관련, "강남 부동산값 급등은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받아 수능점수만 잘 받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천민적 교육시스템 때문"이라며 "이같은 현상이 비정상이고 불경기 속에서 나오는 현상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값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정책 즉 교육개혁 세제개혁 금융조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저금리 정책이 아파트투기 확산의 주요요인중 하나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빗겨나가기도 했다.
박 총재는 이번의 적절치 못한 발언외에도 그동안 국책사업 기강 확립차원에서 새만금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라크전 때는 3.4분기부터 경기가 빠르게 호전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중앙은행 총재답지 않은 가벼운 언급으로 구설수를 자초해 왔다.
한 경제전문가는 "세계의 중앙은행총재라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써온 자료만 읽고 기자들과 일체 대화를 하지 않을 정도로 입이 무겁다"며 "박승총재는 그린스펀 의장에게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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