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인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 답변 시한(18일)까지 한국 정부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국 정부가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자 고노 외상은 이날 남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매우 매우 유감스럽다"며 "빨리 시정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최근 판결을 이유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은 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질서를 근본부터 뒤집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 대사는 "우리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면서도 "양국 사이에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가 한일 관계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남 대사는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고 소송이 종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건 조성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남 대사는 또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의 새로운) 구상을 제안한 바 있고, 이 방안을 토대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양측이 함께 뜻을 모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남 대사의 말을 끊으며 "한국 측의 제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이미 한국 측에 전달했다"며 "그걸 모르는 척 하면서 제안하는 것은 지극히 무례하다"고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것은 한국 대법원이 배상 확정 판결을 내린 지난 해 10월 30일과 11월 29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다면서 협정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를 것을 요구해왔다. 외교적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 직접 지명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에 이어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 구성은 마지막 절차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일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제3국 중재위 구성 제안에 거부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대신 한국 정부는 한일 기업들이 만든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기금안을 일본에 역제안한 상태다.
한일 정부가 각각 제3국 중재위 구성과 '1+1' 기금안 제안에 대한 거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일본 정부의 추가 조치가 예정대로 시행될지 주목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추가적인 무역 규제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 시기는 아직 유동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