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소수인종 출신의 민주당 여성의원들에게 인종주의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대통령 탄핵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해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하원은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앨 그린(텍사스) 의원이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5명, 반대 332명으로 부결 처리했다.
여당인 공화당(197석) 의원들뿐 아니라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235석)에서도 과반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민주당의 일부 진보 성향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지만, '1인자'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왔다.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 가결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만 결집해주는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P통신은 표결 결과에 대해 "대중을 이길 수 있는 추가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민주당이 탄핵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펠로시 의장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수감', 즉 내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각종 혐의로 기소되는 걸 선호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탄핵에 열려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하며, 탄핵 이슈가 내년 대선과 상·하원 의원 선거에 나설 후보를 뽑는 민주당 경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안이 부결된 뒤 기자들에게 "방금 막 탄핵에 반대하는 압도적인 표를 받았다. 그것으로 끝났다"면서 "민주당이 다시 일을 하게 하자"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등 소수민족 출신의 민주당 여성의원 4명을 향해 "(미국을)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인종주의 발언을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고 공화당 의원 4명과 공화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 1명이 가세해 찬성 240표 대 반대 187표로 채택됐다. 공화당 의원 대다수는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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