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난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은 한일 간 긴밀한 동맹관계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중요한 문제는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없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우리는 곧 이에 대한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미국은 한일 두 나라 모두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맹으로 한일 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일 간 긴장에 많은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강경화 장관, 윤순구 차관보가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고 이를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스틸웰 차관보와 면담을 가진 윤순구 차관보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도 대화 재개 등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는 데 도울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 손을 들어주는 입장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만난 스틸웰 차관보는 "동맹이기 때문에 한국, 미국과 관련한 모든 사안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차장은 일본과 갈등 상황에 대해 스틸웰 차관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우리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고 스틸웰 차관보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미 관계의 일반적인 이슈를 포함해 동북아지역과 북핵 등 다양한 대화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윤순구 차관보 등과 면담 과정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의 자연스러운 접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양 전략은 겹치는 부분이 있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앞서 윤순구 차관보와 면담 모두발언에서도 "양자 간에 한정되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며 그 예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적절히 조절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 호위를 위해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스틸웰 차관보 역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이어지는) 오후 만남에서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고, 이후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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