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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서운 일터는 이제 그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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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서운 일터는 이제 그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연구교수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를 비롯해 지금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결과 별도의 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법 적용 대상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로 사실상 대부분의 업체, 기업이 포함된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되 처벌보다는 취업규칙 정비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첫째, 직장 내 관계 또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였는지 둘째, 업무 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셋째,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켰는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하기 때문이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조직문화, 막말, 업무에 대한 과도한 감시, 의견이나 견해 무시하기, 허드렛일 시켜 자존감 떨어뜨리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격하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주기, 의도적인 배제나 간접적이고 은밀한 왕따, 외모 평가, 사생활 간섭, 교묘한 심리적, 정신적 괴롭힘 등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8~9월 만 20~64살 남녀 직장인 1506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73.3%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피해 경험이 있는 직장인 가운데 60% 이상이 별다른 대처를 못하고 참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문제제기를 한 경우라도 직장 내에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오히려 이후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입거나 비난을 받고 사직을 권고당하거나 해고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사람의 뇌는 민감하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욕적인 행동이나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져 우울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직장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는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온 몸이 바늘로 찔리는 고통의 시선, 무서운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자행되는 직장 내 왕따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장인의 유서 속에 적힌 내용이다.

우리는 종종 재벌의 갑질에 관한 기사를 보며 공분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직장 내 갑질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거나 침묵의 동조자 내지 방조자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직장 내 괴롭힘은 갑질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은 왜 ‘갑질’이란 것을 하는걸까? 사람들의 본성이 본디 악해서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지게 되면 남을 괴롭히는 것일까?

한국은 사회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간 82조원에 달한다. 사회갈등지수는 OECD 국가 27개국 중 종교분쟁이 진행 중인 터키 다음으로 나쁜 수준이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사회적 관계지수도 최하위권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덕분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 안에 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날 성공의 기쁨은 잃어버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가 더 크게 느껴지는 냉혹한 각자도생의 현실 속에서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회, 경쟁보다는 협력이 주된 성장 에너지가 되는 문화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발생하기 힘들 것이다.

측은지심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나부터라도 나의 일터에서 따스한 ‘오피스 맘’ 같은 존재가 한번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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