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 '기괴한 논평'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盧, 종교계 원로 고언에 귀 기울여라"**
한나라당의 이의관 부대변인은 21일 '노대통령은 종교계 원로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원로 3명은 노무현대통령에게 한결같이 비판세력과 비판언론 포용, 대화정치 복원과 함께 언론계 사주와도 만나는 게 좋겠다고 충언했다"며 "그럼에도 노대통령은 이를 무시한 채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언행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이 부대변인인 인용한 수주대토란 송나라때 우연히 나무그루에 걸려 죽은 토끼를 얻은 농부가 그후 일은 안하고 요행수만 바라는 행위를 비웃은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일컫는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이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노대통령의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노대통령은 이제라도 종교계 원로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투병 파병 반대"는 쏙 빼놓아**
한나라당의 이날 논평은 20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노대통령과 종교계 원로간 회동 결과를 보고 내놓은 논평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논평은 노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온 가장 핵심적 고언을 빼놓고 있다.
20일 회동직후 나온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강원용 목사(평화포럼 이사장)는 미국의 전투병 파병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 양자택일하지는 말아 달라”며 “이라크엔 대량살상무기도 아직 없었고 알 카에다와 후세인의 연계 증거도 없다. 월남전 파병도 반대했지만 이라크전은 더 명분이 없다”며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 목사는 “정부는 쉽게 그렇게(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유엔 결의하에 다국적군 속에 있는 비전투병으로 (미국 측과) 절충할 수 있지 않냐”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유엔의 평화유지군 속에 비전투병이면 어떻겠냐”며 전투병 파병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송월주 스님도 이에 동의했다.
***한나라당부터 종교계 원로 고언에 귀 기울여야**
한나라당의 21일 논평은 언론적 비유를 빌면 '사실 은폐'에 따른 '악의적 진의 왜곡'에 속한다.
아울러 이같은 왜곡행위는 한나라당이 내심 얼마나 '이라크 파병'을 열망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명백한 증거라 하겠다.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미국 방문기간중 미국 매파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50년간 엄청난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 미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파병 찬성 입장을 밝힌 뒤, 귀국에서는 국내의 거센 파병 반대 여론을 의식해 "우리에게는 아직 입장이 없다"고 한걸음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21일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얼마나 파병을 열망하고 있는가가 역설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논평에는 21일자 조선, 중앙일보의 영향도 적지 않았느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날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노대통령과 종교계 원로간 회동소식을 전하며 "비판세력 수용하라"는 제목을 대문짝하게 뽑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는 언론사 사주들과 만나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 등은 기사에 상세히 보도하면서,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는 원로들의 발언을 기사 맨마지막에 단 한줄 강원용 목사의 발언만 간단히 소개하는 '소수의견' 형태로 처리했다. 때문에 한나라당 논평은 이같은 보수언론의 영향하에 작성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전투병 파병에 여념이 없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이야말로 종교계 원로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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