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중의 전문가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동북아 안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특히 그 핵심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각과 방법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다나카 연구위원은 아시아 1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안보포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아산정책연구원-일민국제관계연구원 동북아 포럼에 참석한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다나카 히토시 일본국제교류센터 선임연구위원, 왕지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왼쪽부터) ⓒ프레시안 |
"초국가적 위협 대비한 역내 안보포럼 필요"
다나카 연구위원은 일본이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것은 과소평가할 일이 아니라며, 민주당이 자민당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미국과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미국과의 '동등한 파트너십' 구현을 원하는 만큼 여태껏 일본에서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미일 안보동맹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나카 연구위원이 언급한 하토야마 총리의 행보는 일본이 미국 의존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중심 외교를 지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여러 번 언급한 적 있는 '동아시아 공동체'에 실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하토야마 총리의 구체적인 구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동아시아 공동체 외에도 '동아시아 다자기구', '동아시아 안보포럼' 등 다나카 연구위원의 발제문과 발표에서는 역내 다자 대화기구에 대한 구상이 여러 번 등장했다.
그에 따르면 동아시아 안보포럼이란 환경, 자연 재해, 에너지 안보,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마약 밀매 등 비전통적(nontraditional)이고 초국가적(transnational)인 위협에 대비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역내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동아시아 역내 모든 당사국들이 먼저 강력한 양자간의 안보관계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 내에 미국도 참여해야 하며, 한·미·일, 미·중·일 등 3자적인 안보관계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포럼의 구성 국가는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 등 6개국, 그리고 미국이 될 경우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일 전문가, 北급변사태 계획 이견
한편 그는 미래의 역내 안보 정립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며, 이는 6자회담의 궁극적 목표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국제사회가 6자회담에서 성공해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원칙은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 △6자회담 참여국 간에 절대적인 결속과 정책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할 것, △참여국 모두 보다 정밀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을 세울 것, △대북 대화에서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 △양자대화도 6자회담으로의 연속적 과정으로 보고 추진할 것 등이다.
이 가운데 '북한의 핵보유 불인정'이라는 첫 번째 원칙에는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비롯한 다른 토론자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급변사태 대비 계획이라는 원칙에서는 중국 전문가와 의견이 엇갈렸다. 왕지스(王緝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위험한 상황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과 미래 계획을 논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다나카 위원은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하토야마 총리의 방북이 가능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밀한 사전준비, 한국·미국·중국과의 완벽한 의견조율,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의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원칙 등이다.
다나카 연구위원은 일본 외무성의 아·대양주국장을 지냈으며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만들어낸 주역으로 일본 외교 분야의 전략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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