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클린턴 대통령에게 북한을 방문하라고 강력히 촉구했으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말에 중동문제와 미 대선의 개표파동 등으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이를 크게 후회했다"고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자서전에서 밝혔다.
올브라이트는 이어 클린턴이 정권이양시 조지 W.부시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자 "그것은 순전히 당신이 했던 것"이라며 일축했다는 비사도 공개했다.
***"클린턴, 정상회담 기회 놓치고 크게 후회"**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발행된 그녀의 자서전 <마담 세크러테리(MADAM SECRETARY)>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평양방문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김정일이 그 방문을 성공적인 방문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는 "임기 말 우리는 너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면서 "클린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중동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과 중동평화의 마지막 중재노력을 하는 방안 사이에서 고민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미국을 방문해줄 수 있는지 물었으나 북한측은 국제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이 급박한 제안을 완곡히 거절했고 결국 북미 정상회담은 무산됐다"고 밝혔다.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또 이 책에서 퇴임 전날의 클린턴 대통령과의 전화를 떠올리며 "클린턴 대통령은 나중에 이 때를 회상하며 모호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 회담을 추구하다가 북한과의 가능성 있는 합의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했다"고 기록했다.
***부시, 클린턴에게 "그것은 순전히 당신이 했던 것"이라 냉소**
그녀는 또"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에게 '그동안 추진했던 북미 정상회담 건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느냐'고 의사를 타진했으나 '그것은 순전히 당신이 했던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녀는 "부시 행정부는 우라늄을 농축하려는 북한의 은밀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폭로해 북한과 새로운 긴장관계를 조성했다"면서 "만일 부시 행정부가 우리가 물려준 카드를 이용했다면 지금 상황은 보다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지난 달 베이징에서 개최된 북핵관련 6자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부시 행정부가 거절한 북-미 양자회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미국은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실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며, 북한의 경제적 곤경을 이용해 그 지역과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협상을 몰아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에 유독 외교적 해결 고수한 것은 김대중대통령의 영향 때문"**
올브라이트는 또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도 회상하며 "나는 강한 국무장관이었지만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은 외교적 해결 방법을 고수했던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향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내가 조지타운대 교수였던 86년 서울을 방문해 가택연금 중인 DJ를 만났고 그의 민주화 통일정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DJ가 98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가 마침내 체코의 하벨 대통령이나 남아공의 만델라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반가와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녀는 2002년 11월 다시 한국을 방문해서 청와대를 방문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우리가 함께 추진했던 대북 정책이 물거품이 됐지만 우리는 우리가 옳았다고 서로 격려하며 김대중대통령과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고 책에 썼다.
당시 김 대통령은 또 "우리는 당신 행정부의 마지막 시기에 돌파구를 가질 최고의 기회를 만났다"면서 "나는 클린턴 대통령과 당신이 보여준 지지에 항상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올브라이트는 회고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훌륭한 대화 상대자"**
올브라이트는 16일 행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 사과할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김 국방위원장이 우리 정책에 대해서 혼돈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에게 협상과 관련해 혼란스런 메시지를 보냈다"고 미국의 실수를 시인했다.
재임기간중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던 올브라이트는 또 "김 국방위원장이 예상과 달리 남의 말을 경청하는 훌륭한 대화 상대자이자 대단히 실용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으며 특히 '냉전 시대와 달리 이제 한반도 안정에 미군이 기여한다'는 김위원장의 발언 또한 예상밖"이었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는 당시 김 위원장이 "군부 내에는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 있으며 외무성 내에서도 미국과 대화에 반대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는 또 "김위원장이 미국이 보내준 인도주의적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만일 양측이 진심이고 진지하다면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김위원장은 또 미사일 발사실험과 관련, "평화적인 통신위성을 발사하려는 요구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면서 "만일 다른 나라가 그 위성을 북한을 위해 궤도에 올려주는데 동의한다면 미사일이 필요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올브라이트는 전했다.
미사일 판매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외화가 절박하기 때문에 시리아와 이란에 미사일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돈을 얻기 위해 수출하기 때문에 만일 당신이 보상을 보장해 준다면 그것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브라이트는 이에 대해 "우리는 50년 동안 당신의 의도를 우려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의 미사일 생산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이제 그것이 그저 외화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반문하자, 김위원장은 이에 다시 "그것은 외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주체 프로그램의 일부로 우리 군을 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인민군은 한국의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며 "만일 한국이 사거리 5백km의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우리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소련의 붕괴, 중국의 개방으로 두 나라와 북한간 군사동맹이 사라진만큼 우리 인민군은 장비를 현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만일 충돌이 없다면 무기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올브라이트는 회고했다.
올브라이트는 "북한 방문을 끝내고 생각해보니 김위원장은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김위원장은 그것이 미국이 주는 위협을 막아 그의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세계의 눈에 자신이 진지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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