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 이라크 파병을 요청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좌절을 맛보고 있다. 16일(현지시간)에는 그동안 미국 원조를 받는 대가로 미국군사정책에 적극적인 지지활동을 보여 왔던 최빈국(最貧國) 네팔조차 공식적으로 미국의 이라크 파병요청을 거부하고 나섰다.
***네팔, 미국의 파병요청 거절**
AFP통신에 따르면, 네팔 정부 대변인인 카말 타파 공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네팔은 국내 반군과의 전투로 여유가 없어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카말장관은 "법질서 유지와 테러 척결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네팔은 지난 7월 "이라크에 1개 대대를 파병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고려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월27일 7개월간의 정전상황을 종료하고 다시 반군활동을 시작한 국내 마오이스트들의 움직임으로 상당한 내홍을 겪고 있다. 네팔 관리는 휴전이 끝난 이후 이미 1백3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연이어 폭탄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네팔 너마저..."**
하지만 이같은 네팔 내부의 복잡한 정황을 고려하더라도, 네팔의 파병 거부는 미국에게 상당한 쇼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팔은 그동안 마오이스트(모택동주의자)들의 반군활동을 막기 위해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왔으며 지난 2001년 아프간 전쟁때도 미국을 지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네팔은 또 그동안 UN의 평화유지활동에 적극성을 보여, 현재 동티모르와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9개 지역 평화유지임무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네팔 구르카족은 사설 안보요원 자격, 즉 '용병'으로 현재 영국군과 함께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네팔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주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카이저의 표현을 빌면 "네팔 너마저..."인 셈이다.
***남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미온적**
네팔이 이처럼 미국의 믿음(?)을 깬 진짜 속내는 이라크전의 비도덕성과 위험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주도 연합군이 운영하고 있는 사설 안보요원에 고용된 한 구르카 족은 지난 8월10일 이라크 남부 도시인 바스라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또한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네팔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많은 네팔 국민들은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따라서 나날이 험악해지고 있는 이라크에 파병을 하고 이에 따라 인명피해가 속출할 경우 정권 유지조차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미국의 요구에 대해 등을 돌린 것이다.
한편 미국은 네팔이외에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부 아시아 국가들에게 이라크의 국제 안정화군에 군대를 파병해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미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인도는 이미 공식적으로 파병 불가 입장을 밝혔으며,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의 재정지원을 전제로 1만명의 병력을 파병할 용의를 밝혔으나 국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AFP통신은 "파키스탄 정부 등은 국민의 거센 반발때문에 파병이전에 우선 유엔 위임이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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