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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명품 도시' 서울? 쓰레기 취급당하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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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명품 도시' 서울? 쓰레기 취급당하는 서민들!

[현장] '디자인 서울'에 밀려나는 노점상…"디자인 정책 기만"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도시를 꾸미고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고 쫓겨나는 노점상과 철거민이 없도록 사회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앞. 서울시의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201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규모 국제 컨퍼런스 '세계 디자인 도시 서미트'가 개막하자 20여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최근 서울시내 노점이 '디자인 거리 조성'을 이유로 잇따라 철거되자, 노점상·철거민이 "디자인 서울은 기만"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

당장 지난해 12월 마포구청이 시의 동절기 철거 금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신촌·홍대 일대의 노점을 철거한 데 이어서, 지난 20일 한밤 중 신촌 일대의 노점에 대한 기습 철거가 이뤄졌다. '거리 미관'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노점상은 "'디자인 명품 도시' 서울에서 서민은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어떻게 살라고…." 지난해 12월 18일 홍대역 인근 거리에서 마포구청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들이 노점상 철거를 시도하자, 한 노점상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점상 몰아내는 '디자인 서울'…"명품 도시는 시장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주요 공약이자 서울시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적극 추진 중인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놓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점노동연대 김인자 운영위원은 "'명품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싹쓸이 개발로 수많은 서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며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조성 사업으로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1500여 명의 노점상과 상인이 생계의 공간에서 쫓겨났으며, 디자인 거리 조성으로 수많은 노점상이 폭력적 단속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은 이어서 "노점상을 인정해 준다는 '특화 거리'는 대로변의 노점을 싹쓸이해 (이들을) 이면 도로로 몰아넣고 고사시키는 정책일 뿐, 전혀 노점상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화연대 최지현 활동가는 "오세훈 시장은 시민이 함께하는 디자인을 말하지만, 저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행사에는 초대받은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며 "지금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디자인 정책이 그런 식이다. 그러나 디자인 도시, 문화 도시는 시장 혼자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이상규 위원장은 "'디자인 서울'과 관련해 이제까지 쓰인 시 예산은 지난 1년 동안 900억 원에 이르렀다"며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사업, 오세훈 시장의 치적 홍보 등 '보여주기 식' 사업의 예산은 엄청나게 편성하면서 정작 서민에게 절실한 사회적 일자리나 복지 예산은 등한시하는 것이 서울시 정책의 실태"라고 꼬집었다.

올해 서울시 전체 예산 21조2573억 원 중, 디자인 관련 예산은 3000억 원을 넘는다. 오세훈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디자인·문화 마케팅 사업에 투입되는 올해 예산은 3221억 원으로 지난해 2004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으며, '디자인 서울'과 관련한 예산 역시 지난해 925억 원에 비해 115억 원 늘어난 1041억 원이 편성됐다. 반면,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보육, 실업 대책, 사회적 일자리 분야의 예산은 크게 감소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현재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은 '디자인'의 외피를 쓴 막무가내 식 '개발' 정책"이라며 노점상 및 철거민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한편, 총 17개국 31개 도시의 시장단과 대표단이 참석한 '세계 디자인 도시 서미트'는 이날 개막을 시작으로 이틀간의 회의를 통해 24일 '서울 디자인 도시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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