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11일 밝혔다. 미국의 중재를 통해 한일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강 장관은 10일 밤 폼페이오 장관과 15분 동안 가진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는 한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이번 조치 철회와 함께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를 희망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또한 양 장관은 한미, 한미일 간 각급 외교채널을 통해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전격 방문하고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는 등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고조된 한일 갈등의 출구를 찾기 위한 외교적 해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동아시아 외교의 기본 축으로 설정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한일 갈등과 관련한 외교전을 벌일 예정이다. 한일 갈등이 한미일 공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해 미국에 중재 역할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도착한 김현종 차장은 미국에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중재 요청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 이슈도 당연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국장도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해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와 회동할 예정이다. 김 국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미국에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미국이 한일 갈등을 둘러싸고 우리 정부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벌이며 보호주의무역에 나선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한 중재에 한계가 있어 단기간 내에 성과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상원 인준 절차를 마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보 동아시아태평당 담당 차관보가 첫 해외 순방 일정으로 11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스틸웰 차관보의 순방을 앞두고 "미국 국민을 대표해 많은 협력과 동맹을 이끄는데 그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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