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아파트 흉기 살해, 계획된 범죄였다

전처 직장 상사 살해한 40대, 경찰 대치 하다 극단적 방법 택해

이혼이 부른 결과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비극이었다.

헤어진 아내에게 집착해온 40대 남성이 아내의 직장 상사를 흉기로 살해하고 경찰과 대치하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거제경찰서는 전처가 다니는 회사 전무 B(57)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상가아파트 20층 옥상에 올라가 “전처를 만나게 해 달라” 고 요구하던 A(45)씨가 9일 오전 6시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종혁 거제경찰서 수사과장이 사건을 브리핑하고 있다. ⓒ거제경찰서

A씨는 하루 앞선 8일 오후 2시 10분께 이 아파트 상가 1층 복도를 걸어가던 B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10여 차례 찌른 후 범행 현장을 벗어났다.

쓰러진 B씨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딸이 복도에서 나는 비명소리를 듣고 처음 발견했다.

B씨는 119에 실려 인근 대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사건현장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기 2시간 전 A씨가 상가건물에 은신하며 B씨를 기다린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동선을 사전에 답사한 A씨는 사건 직후 흉기를 들고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이 아파트 20층 옥상으로 향했다.

1시간 여 동안 옥상에서 배회하던 A씨는 오후 3시 20분께 신고를 받고 주변을 탐문하던 경찰이 발견, 검거에 나섰지만 흉기를 들고 난간에 올라가 “가까이 다가오면 뛰어 내리겠다” 고 경찰과 대치하며 자살소동을 벌였다.

A씨는 경찰에게 줄곧 “전처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하기 위해 위기협상요원 6명, 범죄프로파일러 1명, 경찰특공대 11명이 현장에 도착해 설득하며 자수를 권했다.

아파트 1층 바닥에는 119의 도움을 받아 안전용 매트리스 4개가 설치됐다.

A씨는 밤 11시께 경찰이 건 내는 생수와 컵라면을 받아 끼니를 때우고 담배와 외투, 커피를 요구하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등 안정을 찾는 기미는 보였지만 끝내 극단적인 선택은 바꾸지 않았다.

옥상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하룻밤을 지낸 A씨는 사건발생 16시간 만인 오전 6시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추락해 사망했다.

경찰은 A씨가 추락하기 전 15분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전처와 협의 이혼한 A씨는 아내와 같은 회사 상사인 B씨와의 관계를 의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초 이혼문제로 가정폭력을 행사해 경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하면서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