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가 평화동에 자리하고 있는 '군산 구 십자의원(평화동 일본식가옥)'이 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고 9일 밝혔다.
등록 예고기간은 전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며, 문화재청은 등록예고기간을 거쳐 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군산 구 십자의원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을 품고 있는 목조 2층 일본식 가옥이다.
이 가옥은 대지 건물로 대지 377㎡, 연면적 208.92㎡, 건축면적 153.85㎡ 크기로 일제강점기 당시 영정2정목(榮町二丁目) 상업 지역 중간에 건립됐으며, 군산에서 손꼽히는 큰 저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옥 좌측에는 부속 건물 등은 모두 해방이후 지은 건물로 처음에는 모두 정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정원을 중심으로 담장과 부속채 등이 신축됐으나 건물 본체는 원형이 대부분 남아 있는 것으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판단하고 있다.
이 가옥의 건물 본체의 벽체는 심벽에 목재 비늘판벽과 회벽으로 마감했고, 응접실 부분은 평지붕에 타일로 마감했다. 건물 본체의 지붕은 일식 기와를 얹은 합각지붕으로 처리하고 2층 창문 위쪽에 부섭지붕을 달았다.
돌출된 1층 부분에도 기와를 얹은 지붕을 설치했다. 응접실로 들어가는 주출입구는 일반 주택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평지붕의 캐노피를 설치했다.
일식 주택에 큰 규모의 응접실을 결합하는 방식은 1930년대 이후 서양식 응접실 개념이 전파되면서 나타난 경향으로 일제강점기 주택 형식의 변천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건물이다. 건물 본체 좌측면에도 별도의 출입구가 있으며 이곳에는 일식 박공지붕의 현관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1층 내부는 T자형의 중복도를 중심으로 각 방을 연결시켰고 복도의 끝에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설치했다. 2층은 하나의 공간으로 처리해 다다미를 깔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건물은 1930년 사용 승인된 것으로 건축물 대장에 기록돼 있으며, 첫 사용기록은 불이흥업주식회사 사무실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흥업주식회사의 불이농장(不二農場)은 소작농민을 상대로 농업수탈과 고리대금 등으로 조선 농민의 고혈을 짜낸 일본 대표적인 착취기업이다.
오사카후지모토합자회사에서 조선에 파견한 후지 간타로(藤井寬太郞)가 무역업과 고리대금업으로 자본을 축적하여 일본인 7명과 함께 1914년 4월 8일 이 회사를 설립했다.
불이흥업주식회사는 경성(소곡동)부 황금정 1정목에 본점을 두고 설립됐으며, 사업목적은 농업개간, 부동산 관리, 신탁업, 미작곡 및 모든 물품 위탁판매, 모든 잡화판매, 정미업 등이다. 후지 간타로가 전무이사를 맡았으며 사업 배당률은 8.5%였다.
이후 군산불이농장, 군산지소부, 전북농장, 서선농장, 철원농장, 옥구농장 등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소작농민을 착취했다. 이들은 조선총독부로부터 황무지를 사들인 뒤 이를 조선 농민들에게 개간시키고 그를 다시 소작시켜 소작료를 뜯어냈다. 또 황무지 개간비도 주지 않고 무상으로 노역을 시켜 노동 착취했으며 소작 과정에서 발생한 수리조합비, 비룟값, 운반비 등도 뜯어냈다.
이렇게 소작농의 고혈을 짜낸 쌀은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
군산시 장미동에 위치한 조선식산은행 군산지점 사택으로도 사용됐다.
조선식산은행 군산지점은 2008년 7월 3일 등록된 문화재 제374호로 조선의 경제 수탈을 목적으로 일제가 세운 건물이다. 조선총독부의 산업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했던 핵심 기관 중 하나로 중-일 전쟁 이후 8년여간 전시 체제 속에서 채권 발행과 강제 저축 등을 통해 조선의 자금을 흡수해 일본의 전쟁을 위한 공금 역할을 담당했다.
해방 이후 특무대에서 잠시 사용하다 1952년 소아과 전문병원으로 개원했다. 이후 응급실을 개조해 1980년대까지 십자의원으로 군산시민들의 아픔과 함께했다.
이 건물은 군산 구도심에 남아있는 일식 주택 중 규모가 큰 2층 건물로서, 서양식 주택 양식이 가미된 원형이 잘 남아있고, 해방이후에도 병원으로 사용되는 등 지역사적 가치가 높으며 변형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다른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주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구 십자의원 건물은 가슴아픈 군산의 역사 현장 중 하나로 교육 차원에서 보존 가치가 있다" 며 "문화재 등록지정이후 교육,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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