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대표는 그동안 내년 총선에서 '상향식 민주경선' 원칙을 도입해 물갈이를 하겠다며, 시범적으로 사고지구당 조직책부터 상향식 민주경선을 통해 뽑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중진들의 '낙하산 공천' 시도**
한나라당은 4일 상임운영위와 운영위 회의에서 9개 사고지구당 중 공천심사위에서 우선 추천한 6개 지구당 조직책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논란끝에 4개만 통과시키고 2개는 유보했다. 당내 소장파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발단은 공천심사위에서 6개 지구당 조직책 중 성남 수정 조직책에 고 김두한 의원딸인 탤런트 김을동씨, 제천.단양 조직책에 현역인 송광호 의원을 '단수'로 추천한 데서 비롯됐다. '인지도'와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인선이었다는 게 이들을 단수추천한 공천심사위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이들 사고지구당에도 공천희망자들은 많았다. 사고지구당 평균 경쟁률이 5 대 1을 웃돌았고, 공천희망자들 가운데에는 특히 젊은 386세대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진들이 주축이 된 공천심사위는 사실상 '낙하산 공천'을 의미하는 단수 추천을 함으로써 민주경선의 싹을 애당초 배제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소장파들은 특히 이번에 단수추천된 송 의원과 김씨가 자주 당적을 바꾼 대표적 `정치철새'이고 `60대'라는 점에 대해 더욱 발끈하고 있다. 중진들이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물갈이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사고당 정비부터 기득권 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었다.
소장파들은 이밖에 복수후보로 추천된 사람 가운데도 `지역구 부자 세습' 등 문제인사가 적잖이 포함되고, 지난 16대 총선시 공천을 받았다가 정치적 야합을 통해 중도하차해 당에 피해를 입힌 인사도 포함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결국 운영위는 공천심사위의 추천안을 표결로 확정할 지 여부를 놓고 표결을 실시, 34명 가운데 13명만의 찬성을 얻어 결국 문제가 된 2개 단수 조직책 추천 지역에 대해선 결정을 유보했다.
***첩첩산중**
이번 파동에서 외형상으로는 소장파가 이긴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같은 파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과연 소장파 요구대로 '상향식 민주경선'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게 한나라당 안팎의 지배적 관측이다. 한나라당 중진으로 대표되는 '지역 터줏대감'들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최병렬 대표가 공천과 관련, YS 측근인 홍인길씨를 여러 차례 만난 점 등도 향후 공천과정에 잡음을 예고하는 징후들로 꼽히고 있다.
과연 최병렬대표가 평소 주장해온대로 '상향식 민주공천'이라는 공천혁명을 통해 '노인당' '재벌정당' '반통일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같은 자정노력은 소홀히 한 채 집권세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통한 반사이익만을 챙기는 종전의 행보를 되풀이할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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