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한 사용자위원들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와 한국노총, 최저임금연대 등은 8일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4.2% 삭감안을 제시한 것은 저임금노동자를 우롱하고 최저임금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삭감안의 즉각적인 철회’와 합리적인 인상안 제시를 촉구했다.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재벌대기업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을 중소영세상인들을 살리는데 사용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은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인권이고 먹고 살 권리로 양대노총은 저임금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사용자위원들의 삭감안을 언급하며 "500만이 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무례함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올바른 협상 자세를 갖추고 임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7월 3일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4.2% 삭감된 '최저임금 800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삭감안이 제출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임금연대는 이를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우롱이자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성명서를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도 사용자위원의 삭감안에 대해 "미조직 저임금 노동자들은 죽으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 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으로 식대와 교통비가 기본급에 들어가면서 실제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6만7000원의 임금 감소효과가 있었다"며 "(삭감안은) 너무나 무성의하고 저임금노동자 실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도 삭감안을 두고 "노동조합 바깥에서 임금교섭권도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위원회는 유일한 임금인상 수단"이라며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삭감안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최저임금위원회의 존립 목적을 원천 부정하는 짓"이라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사용자위원에게 어렵지 않은 경제상황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이 원인이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 가맹본부의 착취 등이 근본원인이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연대가 덧붙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50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보면, 경영수지 악화의 원인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부진(83.5%), 제품, 재료비 원가 상승(27.8%) 동일업종 소상공인간 경쟁 심화 (27.3%), 인건비 증가(22.3%)순이었다.
최저임금연대는 이를 근거로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사회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이지, 최저임금을 낮춘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에 최저임금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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