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 등 민간부문에서 '추석선물 안받기' 바람이 거세다. 추석선물 투정을 하고 있는 정치권과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금융계, "레퓨테이션 리스크를 막아라"**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일 추석 명절을 맞아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들로부터 선물을 받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김 행장은 이날 월례 직원조회에서 "사고란 예고없이 찾아오며, 사고를 당하면 대단히 큰 `레퓨테이션 리스크(Reputation Risk: 명성 리스크)'를 맞게 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우리은행은 준법감시인이 `추석절, 검소하게 또 당당하게 보냅시다'라는 제목으로 전직원에게 보낸 e-메일 서신에서 "고객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선물의 제공을 받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중히 거절하고 감사의 뜻만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우리은행은 특히 직원간의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을 삼가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도 이날 임직원들에게 김종창 행장 명의의 서신을 보내 윤리경영 실천에 적극 동참할 것을 호소하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객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선물, 금품, 향응을 받는 등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가 적발되거나 될 경우 즉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밖의 시중은행들도 자체 윤리강령이나 준법감시인 활동 등을 통해 추석명절기간 고객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일부 거액유치 고객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선물을 보내되 과도한 선물을 보내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계도 적극 동참**
재계의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 윤리경영 바람도 거세다. 최근 발생한 잇따른 분식회계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지난 6월 윤리규범을 선포한 포스코는 이번 추석을 직원들의 기업윤리 실천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로 삼아 서울과 포항, 광양 등3곳에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택배회사나 우편을 통해 배달되는 모든 선물은 수취를 거부해 곧바로 반송하고 반송이 불가능한 품목은 양로원 등에 기증키로 했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이구택 회장 명의로 14개 계열사와 관련회사의 대표이사, 임원들에게 '작은 성의와 고마움의 표시라 할지라도' 추석선물을 받으면 엄벌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서 이 회장은 "큰 둑이 터질 때도 조그만 구멍에서 시작된다"면서 "'이 정도는 성의 표시인데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도덕성과 윤리성은 결과적으로 상처를 입게된다"며 선물 안받기 선언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삼성과 한화, 현대차 등은 일찌감치 윤리경영을 채택한 뒤 대내외적으로 선물을 안받겠다며 감사팀의 내부감찰을 통해 협력업체등으로부터 선물이나 향응을 받은 직원들을 징계해온 주요 그룹들은 이번에도 선물 수수여부를 엄중감시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구자홍 회장도 지난달 20일 임직원들 앞으로 e-메일을 보내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를 실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주는 사람 또는 받는 사람 어느 한편이라도 부담을 느낀다면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자칫 건전한 파트너십을 훼손하는 빌미가 된다"면서 "이번 추석에도 모두가 금품이나 향응, 특히 선물 안주고 안받기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오롱도 조정호 사장 명의로 거래선 및 협력업체들에게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를 실천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낼 예정이며, 대한주택보증은 고객사로부터 금품이나 선물, 향응을 절대받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서한을 작성해 내주초 관계사에 발송키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달 25일 정성립 사장을 비롯, 임원과 현장 대표자, 협력회사 대표등 총 1천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리규범 선포식을 가졌다. 특히 회사측은 협력회사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10만원 이상의 현금이나 상품권, 향응 등을 제공받을 수 없도록 했으며 상벌위원회와 감사 및 보호위원회, 교육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로 이뤄진 윤리위원회를 구성, 개인별 직장 윤리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해 그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키로 했다.
이밖에 KTF, 현대카드, 팬택, 대우인터내셔널, 현대하이스코 등 민간기업과 한국석유공사, 농업기반공사 등 공기업들도 최근 속속 윤리경영을 채택한 데 이어 추석선물 안받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피접대층의 의식개혁 선행돼야**
이같은 민간 주요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은 일부 정치권의 '추석선물 타령' 등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큰 변화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선물 안받기'는 민간 자체의 힘으로 실현가능하나, '선물 안주기'는 상대방의 변화가 선행돼야만 완전실현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권, 관료, 언론 등 피접대층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마치 명절때 선물이 바리바리 들어와야만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풍토도 함께 뜯어고쳐야만 비로소 깨끗한 사회구현에 한걸음 가까이 갈 수 있으리라는 지적인 것이다.
피접대층의 의식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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