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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의 저주냐 '두바이안 나이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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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의 저주냐 '두바이안 나이트'냐

[화제의 책] 서정민 <부르즈 칼리파>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가 또 하나의 두바이 이야기를 펴냈다. 현존하는 최고 높이의 건물, 사막의 바벨탑 <부르즈 칼리파>(서정민 지음, 글로연 펴냄) 이야기다.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두바이에 세워진 부르즈 칼리파는 총 162층에 높이는 828미터에 이른다. 63빌딩(249미터)의 세 배다. 연면적은 50만제곱미터로 코엑스몰(11만 9000제곱미터) 4개가 들어간다. 공사에는 5년 동안 850만 명, 총 9200만 시간의 노동력이 투입됐다. 3일 만에 1개 층을 지어 올리는 공사 속도도 인류 건축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신화로 불리던 두바이의 날개가 꺾이며 도시의 상징이었던 부르즈 칼리파도 '마천루의 저주'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2008년부터 언급되던 두바이의 자금 위기설이 두바이 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요청으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두바이 몰락의 여파가 세계를 뒤흔들자 전문가들과 언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빚을 얻어 쌓아올린 사막 위 마천루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때 저자는 다시 두바이로 향했다. 모두 비관론에 빠진 가운데 두바이가 이대로 무너질 것인지 재기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방문은 책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수십 번 두바이를 방문해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부르즈 칼리파의 의미를 탐구한 저자는 이 건물의 그늘과 위기도 함께 조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바이는 '두바이유'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석유 생산지가 아니다. 석유 거래소가 있을 뿐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곳에서 어떻게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보다 선진적인 발전을 이뤄냈을까. 저자는 그 힘이 상상력에 있다고 말한다.

▲ <부르즈 칼리파>(서정민 지음, 글로연 펴냄) ⓒ프레시안
이 책은 두바이가 "뜨거운 사막에서 어떻게 살아?"라는 푸념이 아니라 "여기 정말 넓네. 땅값도 싸겠네. 확실히 개발해 볼까?"라는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했다고 말한다. 중동 최고의 문학 작품 '아라비안 나이트'에 비견되는 상상력이 사람들에게 사막이라는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게 했고, '두바이안 나이트'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두바이 신화를 높이 사는 이들은 두바이의 선점 효과를 강조한다. 두바이가 다른 중동 국가들보다 가장 먼저 투자 환경, 인프라, 개방된 제도를 갖췄기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위기가 닥쳤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보는 것이다. 다년간 중동에 머물며 중동을 연구해 온 저자는 보수적인 이슬람 전통에 갇혀 두바이에 '선점 효과'를 뺏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다른 나라들에 대한 아쉬움과 조언도 잊지 않는다.

책은 부르즈 칼리파의 건축학적 의미와 건설 과정의 어려움을 기술적인 부분까지 상세하게 다룬다. 또 이 건물의 경영학적 미학과 앞으로 가져올 사회·경제적 이익을 조망하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함께 묻는다.

부르즈 칼리파의 '맨얼굴'은 물론 한껏 치장한 모습도 볼거리다. 다양한 각도로 잡아낸 사진들이 책을 보는 재미를 높인다. 부르즈 칼리파와 다른 건물을 단순화해 표현한 삽화도 감각적이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타이베이 101 등 다른 세계적 건물들의 '프로필'도 부르즈 칼리파와 비교하기 쉽도록 부록으로 실었다.

두바이의 위기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지금 부르즈 칼리파는 과연 어떤 건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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