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오싱, “첫날 회담은 성공“

이틀째 회담, 러시아 "핵사찰 방식이 최대 이슈"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회담 결과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북미 양자회담이후 북미 양측이 대화 유지 필요성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공동선언문 발표와 후속회담 개최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회담 이틀째를 맞은 참가국들은 28일 오전 11시 30분부터 회담에 들어갔다.

***북-미 양자회담, "새로운 제안이 나왔을 가능성"**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첫날 6자회담을 마치고 오후 7시 30분부터 90분 동안 이어진 저녁 만찬에서 "나는 오늘 오전과 오후에 이어진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들었다"면서 첫날 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는 모든 사람이 중요한 점에 동의했으며 모든 사람이 한반도가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비핵화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의 회담 전망을 밝게 바라봤다.

리자오싱 외교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 간에 이루어진 양자회담에서의 긍정적인 신호와 함께 회담 결과에 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27일 6개국 기조연설 이후에 북한과 미국은 두차례에 걸쳐 비공식적인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회담내용 예의주시**

북-미 양국은 기조연설을 마치고 나서 회담장에서 40분가량 접촉을 가졌으며 리자오싱 외교부장 주최의 만찬에서도 바로 옆에 앉아서 비공식 양자회담을 가졌다.

주중 미 대사관의 한 대변인은 28일 아침 "(이번 회담의 미국측 대표인) 켈리 차관보가 어제 6자회담 말미에 북한측과 비공식 의견교환을 했다"면서 그러나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별도의 공식 양자회담은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 국무부의 필립 리커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켈리 차관보가 첫날 일정이 끝난 뒤 북한대표와 35~40분가량 대화를 가졌다"고 북-미 접촉을 공식발표하며 "비공식대화라면 협의기간중에 계속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내일(28일)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해 접촉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회담내용에 대해서는 "이것은 프로세스의 시작"이라며 "따라서 협상 중간에 얘기를 상세히 할 수는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현재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 머물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과 워싱턴의 국가안보팀은 화상회의를 통해 27일의 북-미 대표간 대화내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국의 CNN이 전했다. CNN은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 새 제안 무엇인가**

북-미 양측은 본회담 첫날 기조발언에서는 강경기조를 보였으나 양자접촉에서는 이처럼 다소 완화된 입장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일부 새로운 내용도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그 새로운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제기한 새로운 내용은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 밝혔던 4단계 '새롭고 대범한 제안'의 범위 내에서 미국의 선(先)조치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당시 북한이 제안한 4단계 내용은 미국의 중유공급 재개와 북한의 핵개발 포기 천명, 미국의 대북불가침조약 체결과 북한의 핵사찰 수용, 미일 대북수교와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 KEDO 경수로 완공과 북핵 폐기 등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먼저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한 뒤에야 비로소 대가를 줄 수 있다는 '선 핵폐기' 원칙을 재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잇따라 양자접촉을 하면서 새로운 제안이나 추가적인 협상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7일 북미접촉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온 것 같다. 북한이 제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말을 통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물론 북한의 제안이 획기적인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으나 회담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 모멘텀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 기조연설에서 우라늄 핵개발 추진 계획 부정, 비핵화 의지 표명**

이렇게 북한과 미국간 회담 분위기가 진전된 데에는 북한의 의사표시가 상당부분 작용한 듯 보인다.

우리정부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북측은 이번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우라늄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측 주장이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 않음을 이미 명백히 밝혔다"는 입장도 아울러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10월 초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 직후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방북 미국대표단에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미국측에 의해 전해진 바 있다.

북한은 그러나 기조연설에서 또 장기적인 비핵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시사,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남북한도 전날 베이징에서 비공개 양자접촉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양측은 북핵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에 대해 상호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관계자는 또 "북한은 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면서 "27일 남북간에 양자 접촉도 있었고, 북측은 북핵문제를 풀어가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해하는 등 서로 긍정적인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안다"고 밝힘으로써 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러시아대표인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27일 회담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6자회담에서는 북한핵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가 주요의제가 될 것"이라며 "북-미 대립때문에 협의는 결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북-미 모두가 대화를 계속할 가능성은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