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위원들은 8000원으로 깎아야 할 이유로, △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 및 높은 수준 △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 △ 실물경제 부진 심화 △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가중 △ 취약계층의 고용 부진 등을 거론했다.
최저임금 못 주는 '좀비' 업체 사라져야
인상 속도가 가파른 이유는 그동안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에 비해 최저임금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 중간 수준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현실은 경제적인 요소보다는 사용자들의 부족한 준법정신과 정부의 형편없는 법 집행 때문이다. 대외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부진이 심화되는 실물경제를 고려한다면, 최저임금을 깎을 게 아니라 오히려 대폭 인상해야 한다.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유도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사실 1인당 국민소득에 크게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지불하기 어렵다는 것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동결하더라도 자력으로는 버틸 수 없는 '좀비' 업체들이다.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하기보다, 국민경제에 기생하면서 경제적 활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좀먹는 암적 존재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부진을 초래한다는 거짓말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고용이 부진해졌다는 주장도 현실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무능력한 기업가들의 자기변명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국내외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을 개선하고 국내 소비를 활성화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은 20년 전인 1999년 최저임금을 도입했다. 당시 3.6파운드였던 최저임금은 2018년 두 배가 올라 7.2파운드가 되었다. 그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도 2만8384달러에서 4만2558달러로 1.5배 커졌다.
같은 기간 한국은 최저임금이 1999년 1525원에서 2018년 8350원으로 무려 5.5배나 올랐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파탄 났을까? 오히려 나라 경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성장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1999년 1745만 원에서 2018년 3493만 원으로 두 배 높아졌다.
영국, 최저임금 6.9% 인상
영국 정부에 최저임금을 자문하는 저임금위원회(Low Wage Commission)는 지난 4월 최저임금 20년을 돌아보는 보고서를 냈다.(☞ 바로 가기 : 20 years of the National Minimum Wage)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위원회가 시행한 30개가 넘는 연구조사를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으며 이는 국제적인 사례에도 일치하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부 특정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가 있었으나 반복하여 지속되지는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 발생한 고용 감소는 다른 부분의 고용 증가로 상쇄되었다. 따라서 보고서는 최저임금 때문에 노동자들의 고용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영국은 2019년 4월~2020년 3월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7.7파운드로 6.94% 인상했다.
일자리 늘리려면 최저임금 올려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 전쟁의 여파로 나날이 위축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7년과 2018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덕분에 한국의 저소득 노동자층의 소비력이 그나마 유지되었고, 이것이 다시 내수 경제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불경기에 노동자를 보호하면서도 다양한 산업과 업종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구조조정하는 유력한 장치다. 대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소득 노동자층 보호는 내수 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됨으로써 일자리를 지키며 고용률을 유지하는 유효한 방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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