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인 베이징 6자회담이 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엔(芳菲苑)에서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인사말에 이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과 미국은 핵폐기와 체제보장문제를 둘러싸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기싸움에 나섰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는 중국 신화사통신의 보도대로, 예상밖의 돌출발언 없이 첫날 회담은 순탄하게 시작됐다.
***북-미, 상호 탐색전**
오전 9시(현지시간) 중국측 사회로 시작된 6자회담은 왕이 부부장 인사말로 시작해 미국-러시아-한국-일본-북한 순으로 각국이 기조발언에 나섰다.
회담주최국인 중국의 왕이 부부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6자회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첫 걸음이자 지난 4월에 열린 북미중 베이징 3자 회담의 연속이며 확대일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6자회담이 실현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며 미국 및 주변 관계국들도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고 회담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노력을 평가했다.
인사말에 이어 행해진 기조연설에서 첫번째 연사로 나선 미국은 1시간에 걸쳐 북핵문제의 역사를 얘기하면서 "북한 핵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요소"라고 규정하고 "빠른 시일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미국은 핵포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가는 제시하지 않고서 "북한이 핵폐기를 완전히 이행한다면 북미 수교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 핵을 폐기해야지만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외에 미국은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및 인권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미국으로부터 대북 적대정책 포기와 불가침조약 체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북한은 다섯번째 기조연설에서 50분간에 걸쳐"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에 있으며 북미간 법적 구속력 있는 불가침조약이 체결되고 양국간 외교관계가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기 전에 조기 핵사찰이란 있을 수 없고 핵 억제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상호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현상동결 필요, 단계별 동시조치 제안"**
세번째로 기조연설에 나선 우리나라는 우선 "북핵문제는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북핵 문제는 반드시 관련 당사국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수혁 차관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한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대북 경제협력지원과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여 '단계별 동시조치'를 제안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안보우려도 해소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안보우려를 해소하는 데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내비쳤다. 또 그는 6자회담의 원할한 진행을 위해서 "북한은 핵, 미사일 관련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국은 대북 불가침을 선언하는 '현상동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부터 본격 협상 시작**
주최국인 중국은 마지막 여섯번째 기조연설에서 그동안 강조해온 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기존연설의 첫머리로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확보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제시한 안보우려도 해결돼야 한다고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체제보장 문제도 제기했다. 이어 중국은 "제재나 압력행사의 방법에 의해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일본은 26분간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납북자 문제와 북한의 탄도미사일문제 해결을 내세웠다. 일본은 이와 함께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27일 밤이나 28일 6개국회담이 열리는 댜오위타이에서 별도의 양국간 접촉을 갖기로 했다.
러시아는 문제사항에 대한 동시해결을 강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러시아의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회담후 신화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문제는 교섭만이 유일하고 현실적인 해결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에서 우리의 임무는 남북한의 상호신뢰와 이해 등을 높임으로써 동북아의 안전보장과 정치경제의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것만이 완전히 러시아와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회담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져있지 않은 가운데 회담 이틀째인 28일 회담에서는 본격적인 의견개진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북-미, 북-일간 양자접촉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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