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차 한 잔의 회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차 한 잔의 회고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3] ㉝여행의 끝자락

2월 17일 뉴질랜드의 마지막 날 아침. 오클랜드 민박 집 커튼을 여니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아침 먹고 평소와 같이 다 함께 식기를 싱크대로 가져가 네 일 내 일 할 것 없이 설거지하고 마른 행주로 닦았다.

“차 한 잔 하시죠. 모두 블랙이지요?” 만능 키가 바리스타를 자청했다.
“드디어 오늘 뉴질랜드를 떠나요. 아쉬워요.” 추니가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자전거 여행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매일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도 많이 내리고요. 우리 달청 팀 정말 고생 많았어요.” 내가 말했다.

“힘들었지만 같이 동행하길 잘했어요. 허허.” 만능 키가 웃으며 말했다.
“갓길이 거의 없고, 급커브 길이 많은데다가 차량들이 고속으로 달려 위험했어요.” 내가 말했다.
“위험한 구간은 버스로 이동한 건 잘한 것 같아요. 다음 도시에 얼른 도착해서 그곳 트레일을 경험하는 계기도 됐고요.” 만능 키가 말했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무엇보다도 춘천댁 내외분이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워요. 우리 귀국해서 함께 다시 만나요. 지난 얘기도 나누면서요.”내가 말을 이었다.

“추니님, 수고 많으셨어요. 식사 준비하느라 애쓰셨지요.” 만능 키가 말했다. “아녜요. 식사는 다 같이 준비해서 오히려 제가 고마웠어요. 아침에 텐트 접고 짐 다 싸가지고 8시까지 식당에 모이려면 늦어도 7시 전부터 서두르느라 좀 힘들었어요. 저는 화장도 해야 하잖아요. 히히.” 추니가 그간의 애로를 털어놨다.
“인천 총각님, 회계 보시느라 애 쓰셨어요.” 내가 말했다.
“별말씀을요.” 인천 총각이 답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넓은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밖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마음속 깊이 감사했다. 우리 네 사람이라도 이렇게 끝까지 같이 올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들은 어떤 마음일까? ‘이번 여행 동행하느라 고생만 죽도록 했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동행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할까.
‘만약 다음에 또 이분들과 여행 기회가 주어지면 더 나은 여행을 할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 울렸다. 가슴속에 뭉쳐있던 울이 녹아내렸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11시 반. ‘보니 민박’에서 예약해준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오클랜드 공항으로 향했다. 캐리어에 짐을 싣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갔다. 출국하려면 앞으로 다섯 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했다.
대합실 구석 원형 기둥에 각자 짐을 기대놓고 뿔뿔이 흩어졌다. 공항 면세점 구경 갔나 보다.

12시부터 1시까지 추니와 내가 먼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교대로 만능 키는 퓨전코너로 달려가고, 인천 총각은 패스트푸드로 제각기 방향을 틀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