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로토루아 산악자전거 트레킹 코스를 찾아 시내 외곽 10킬로미터 떨어진 레드우드(Red Wood) 산악자전거 트레일을 찾아 나섰다.
아름드리 낙엽송이 가득 찬 야트막한 산 입구에 들어서자 관광객들이 10미터 높이의 공중에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한 출렁 다리인 ‘우드 트레일(Wood trail)’ 로프를 양손으로 붙잡고 아슬아슬 건너고 있었다.
산악자전거 트레일 안내 팻말을 보며 20분 정도 오르니 산 중턱 갈림길에 여남은 명이 대형 안내판 앞에 서서 자신들이 즐길 코스를 고르고 있었다.
‘어느 코스를 탈까?’ 쉬운 것부터 어려운 코스까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거미줄처럼 복잡해서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오셨습니까. 처음이면 이 길이 어떠세요?”
안내판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고 있는 데 어떤 분이 다가와 손가락으로 간판을 가리키며 조언해줬다.
“파란 선 이 길로 한 바퀴 돌아보시고, 너무 쉬우면 빨간 선 길로 업그레이드해서 도전하십시오.” 나는 파란 선을 찾아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갔다.
청소년들이 많고 가족끼리 무리를 지어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면이 보였다.
“앗! 안 돼요.” 오른쪽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아니, 왜 그러세요.”
“그 길은 역주행 코스입니다.”
“역주행?”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충돌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 어느 쪽으로?”
“저쪽 오렌지색 표지판이 보이죠? 그리로 올라가십시오. 여긴 일방통행(One Way) 방향입니다.”
“네, 미안해요. 고마워요.” 하마터면 쏜살같이 내려오는 다운힐 라이더와 충돌할 뻔했다.
‘와∼. 재밌다.’ 서서히 산악자전거 코스에 적응되어갔다. 숲속 상큼한 풀잎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하늘 덮은 그늘엔 새소리로 가득 찼고, 나뭇가지 틈새로 스며든 햇살이 반질반질한 노면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오르막길이 힘겨울까 곧 내리막길이 이어졌고 순간순간 핸들을 좌우로 재빠르게 돌려야만 했다. 겉에 드러난 나무뿌리를 조마조마하며 넘자 갑자기 고목나무가 앞을 가로막았다.
양팔 넓은 길이 갑자기 사라지고 겨우 한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통로로 바뀌었다. 잠시라도 느긋함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스릴 넘쳤다.
어떤 꼬마가 가파른 업힐 코스를 오르다가 실패하자 다시 아래로 내려와 또다시 도전하고 있었다. 신나는 표정이다.
“좀 쉬어요. 점심도 먹고.” 앞서간 만능 키가 고목나무에 자전거를 기댄 채 기다리고 있었다.
“애들 노는 게 참 보기 좋아요. 넘어지지도 않고 잘 타요.” 내가 말했다.“요즘 가뜩이나 온라인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을 이렇게 거친 오프라인 공간으로 초대하는 건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예산도 별로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코스를 잘 정리해놓았네요.”
뉴질랜드를 ‘자전거 천국’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그건 바로 이런 산속에 레포츠형의 자전거 트레일을 만들어놓고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인가보다.
그런데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도로 갓길이 좁고, 높은 고개가 많은데다가 특히 바람이 거센 탓일테지.
“나라마다 자전거 문화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유럽 가보셨잖아요. 어땠어요?” 만능 키가 물었다.
“뉴질랜드가 산악 레저 스포츠형인데 비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었어요. 도나우 강은 물론 라인 강과 모젤 강변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가득 찰 정도였으니까요. 반면 런던과 파리는 지하철과 직장을 연계한 출퇴근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일본과 중국은 다르지요?” 만능 키가 또 물었다.
일본은 생활형이에요. 가까운 곳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출퇴근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자전거 여행자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조직 사회에서 좀 튀는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럴까요?”
“중국은요?”
“제가 보기엔 중국은 지역마다 차이가 좀 있었는데, 대부분 생계형으로 밭일 가거나, 시장 갈 때 타는 것 같았어요. 건전지를 장착한 자전거가 적어도 70퍼센트는 넘고, 시속 30킬로미터 이상 달리고 있었어요.” 나는 아는 척을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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