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세종시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사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 국방위는 18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파병 동의안 정부 원안대로 처리했다.
이날 국방위를 통과한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안'은 아프간 파르완주에서 활동할 지방재건팀(PRT)을 경호할 350 여명의 군인을 파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 위험성, 외국 병력의 철수 러시 등으로 인한 명분 부족을 지적받고 있다.
게다가 파병 기간이 올 7월1일부터 2012년 12월31일까지 2년 6개월인 것은 가장 문제시 되는 대목이다. 국회 동의를 피하기 위해 1년 단위로 파병했던 관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깬 것이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국방위는 별도의 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해 파병의 정당성과 파병장병들의 안전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의원은 "부패한 아프간 정부와 외세에 대한 반감으로 아프간 주민들이 점차 탈레반 편이 되고 있어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과 함께 우리 장병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명박 정부는 우리 장병들의 생명을 담보로 신뢰할 수 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유럽은 '언제 철수하느냐'를 논의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2년 6개월간의 재파병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제정세와 국가이익에 맞지 않다"며 "정부 여당이 일방 처리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파병 자체에는 찬성하는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파병 기간을 문제삼았다. 파병 철수를 논의할 시점이 2012년 대선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 유승민 의원과 친박연대 김정 의원은 "2년6개월인 파병 기간은 유례가 없다"며 1년 6개월로 단축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의원은 표결에서 기권했다.
그러나 홍준표 의원은 "2년 6개월로 파병 기간을 늘인 것은 정부에 국제 정세를 감안해 정책 판단을 할 재량 여지를 주라는 뜻"이라며 "1년마다 철군 논쟁이 붙는 것은 한미 동맹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홍 의원 말이 맞다. 국제 정세가 호전되면 철군할 수 있다"고 말하자 유승민 의원은 "재건 작업이 오래 걸려서 보호 병력도 2년 6개월로 했다고 하면서 정세가 호전되면 보호 병력만 철군시킬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운찬 총리 해임안 상정과 연계, 가능할까?
민주당은 아프간 파병 반대를 공식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아프간 파병을 찬성하는 한나라당, 친박연대가 의석을 합치면 과반을 훌쩍 넘기 때문에 결국 오는 25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정운찬 총리 해임 건의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만큼, 이들 야당이 아프간 파병 동의안 처리와 정 총리 해임 건의안 상정을 연계할 가능성이 변수로 거론된다.
세종시 문제로 친이계 주류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이 정 총리 해임안 상정에 찬성할 경우 한나라당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 문제로 분열을 겪고 있는 친박계가 정 총리 거취를 두고 단일 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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