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님 작업자가 또 떨어졌어요"
지난 26일 이른 아침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수심 5m 냉각탑 저수조에 추락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곧장 소방당국에 파악해보니 물이 탁하고 수심이 깊어 아직 구조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배수 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소방당국은 구조작업을 벌여 1시간 30여분이 지났을 때 쯤 호흡과 의식이 없는 이모(54)씨를 인양했고, 이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숨진 이씨는 환경업체 대표다. 이날 이씨는 부인 및 직원 등과 함께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냉각탑 필터교체 작업을 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이씨는 작업 전 안전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직원을 입구에 대기시키고 냉각탑에 혼자 오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수조에 빠진 이씨를 발견한 것은 이씨 부인이었다.
이씨 부인은 "남편 홀로 안전 그물망 설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냉각탑 위로 올라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길래 찾아보니 저수조 물속에서 남편 옷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소방당국에 사고 접수된 시간은 이날 오전 8시 24분.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당시 주변에는 이씨를 구조할 수 있는 구명튜브나 구명조끼 등은 없었다. 119구조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던 상황.
119구조대원들은 8분 뒤 현장에 도착했지만 800t 가량 차 있는 5m의 깊은 수심과 탁한 수질 때문에 구조에 난항을 겪었으며, 배수작업을 벌여 1시간 30여분이 지난 오전 10시 8분께 이씨를 인양했다.
위험 현장에 잔뼈가 굵은 한 노동자는 "저수조 추락 당시 곧장 발견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 위험한 현장일수록 2인1조 작업을 꼭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조사한 고용노동부 군산지청 관계자는 "이씨가 안전모와 안전화는 착용하고 있었지만 추락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대와 안전고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씨가 신은 안전화 무게가 무거워 저수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이날 내리는 비와 상관없이 계속 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저수조 또한 수심이 깊고 위험성이 있는 만큼 안전사고 예방하기 위한 '구명조끼'가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월 9일 오후 9시 12분께. 같은 공장서 근로자 황모(59)씨가 작업대 건너편 지하 7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황씨는 3인 1조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작업 수칙이 무색하게 같이 근무하던 동료 2명은 추락한 황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퇴근했다.
고용노동부 조사관은 "숨진 황씨가 3인 1조로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었지만, 다른 2명의 동료들은 기계를 조작하고 있어 황씨의 추락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며 "결국 근무를 마친 2명은 황씨의 추락을 발견하지 못하고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추락한 황씨는 1시간 42분이 지난 뒤에야 다음 교대 근무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교대 근무자들은 이날 오후 10시께 출근했다. 하지만 전 근무자인 황씨의 소지품이 그대로 있자 이상함을 느끼고 황씨를 찾아 나섰다. 이후 52분 뒤인 이날 오후 10시 52분께 추락한 황씨를 발견해 119에 구조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추락한 황씨가 의식이 있다'고 신고가 접수됐지만 6분 뒤 우리 119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이미 황씨의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황씨는 119구급대원들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 감독관은 "황씨가 추락한 작업대 뒤로는 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너무 낮아 작업대 위로 올라가면 무용지물인 환경이다. 작업 수칙에 '작업대 위로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돼 있지만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 다수의 감독관을 급파해 전 공정에 대해 중대재해 정기감독을 진행했지만, 두 달여 만에 또 작업자가 떨어져 숨졌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군산지부와 전북안전사회환경모임,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북지부 등은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 철저한 사고조사, 재발방지대책 마련, 발주처 등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엄충하게 처벌하고,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산업안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일반업체들이 꺼리는 열악한 작업을 영세한 하청업체 대표자가 직접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는데, 이 모든 책임을 영세하도급업체가 책임지라고 한다"고 분개하며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의 산업안전법 위반을 철저히 조사하고,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을 회피했다.
한편 지난해 5월 27일 철강업계가 산재를 막기 위해 안전 관리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으며, 세아베스틸도 ▲전담 순찰요원 상시 운용 ▲안전시설물 개보수 전담업무 직원 상시 운용 ▲통합 재해율 관리에 따른 협력회사의 안전활동 상시 모니터링 ▲외주 공사업체 안전감독 강화 등을 통해 재해를 예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두 건의 추락 사망 사고로 인해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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