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협상 재개를 골자로 하는 북미 정상의 '판문점 합의'가 곧바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미 실무 협상 재개 시점을 7월 중순으로 예고하며 협상 파트너를 북한 외무성으로 지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0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 재개 시점을 "앞으로 2~3주 내, 7월 중순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면서 "우리의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무성에서 정확히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두어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기됐던 북한 측 협상라인 교체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 당시 북한측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포착됐으며,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에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고 전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앞선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도 북한 측 대미 협상 무게중심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바뀐 정황이 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 4월 통전부장에 임명된 장금철로 추정되는 인물이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는 정상회담에 배석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는 리용호 외무상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무협상을 책임지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노이 회담 때 비건 대표를 상대한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를 대신해 최선희 제1부상이 새로운 협상 책임자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자유의 집 로비에서 5분 이상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 측 협상 라인은 기존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판문점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협상팀을 고르라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은 "누가 미측 협상팀을 운영할지는 엄연히 당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이 폼페이오 장관을 협상팀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해온 것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을 총책으로 하는 미국측 실무 협상 라인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나에게 책임을 맡겼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담 제안이 도박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그 도박이) 통했다"고 받아쳤다. 그는 "김 위원장과 만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 상태를) 타개했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에 대해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나, "그 자리를 떠나면서 나는 김 위원장이 매우 중요한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하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오늘 역사에 남을 일을 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DMZ 방문을 동행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싱가포르에서 양국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내 북한 카운터파트와 일을 해나가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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