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인사만 나누는 짧은 만남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회동은 약식 북미 정상회담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날 오후 정전협정 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약 1시간 가량 환담을 이어갔다.
양국 실무진들이 미리 환담을 사전 조율한 듯, 자유의 집에는 교차 배열된 성조기와 인공기 앞으로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됐다. 전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판문점에서 극비리에 접촉해 '원포인트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공개 발언을 통해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보고 사전에 합의된 만남 아니냐는 말도 하던데,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만남의) 의향을 표명하면서 나도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만나기로 했다는 것도 (어제)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미리 계획된 만남이 아니라 비무장지대 만남을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오전 트윗이 '판문점 원포인트 회담'의 시발점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분단의 상징이자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 자리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이 평화의 악수를 한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고, 앞으로 더 좋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준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로 칭하며 "각하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각하와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한 좋은 일들을 계속 만들면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일들에 맞닥뜨리는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만남을 "특별한 순간"이라며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해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나자는 제안을 했는데, (김 위원장이) 응해주지 않았다면 내 모양새가 안 좋아질 뻔했다"며 김 위원장의 호응에 거듭 사의를 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북 상황에 세계가 우려를 했지만, 그 이후 우리가 이뤄온 관계는 굉장히 좋아졌다"면서 "김 위원장이 오늘 월경을 해 준 것도 영광스럽고 감사드린다"며 "이 만남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취재진을 물리고 비공개 회담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방문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의 집 앞에서 역사적인 3국 정상 만남 장면을 연출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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