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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학교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멈춰라!"

[기고] 상산고 30기 졸업생과 현재 1학년 재학생 학부모의 입장

26일, 전주 상산고 학부모들이 전북도교육청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항의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최인 기자
전북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문제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 걱정없는세상'에서 상산고 졸업생의 글을 가명으로 언론매체에 보냈고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가 됐다. 이 기사(글)를 보고 전남 담양에 살면서 큰아이와 둘째 아이를 상산고에 보냈고, 둘째 아이가 현재 1학년에 재학중인 학부모 A모씨가 글을 써 '프레시안'에 보내와 그대로 옮긴다. 개인신변 등을 고려해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우리 아이의 학교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멈추어라!"
상산고 졸업생과 재학생을 둔 학부모


전남 담양에서 부부가 요식업을 하면서 아이들 커가는 재미로 고단한 일상도 감사히 받들며 살아가는 세 아이의 아빠이다. 큰아이가 상산고를 졸업했고 올해 셋째아이가 상산고에 입학했다. 우리 아이 다니는 학교 문제가 매일 구설수에 오르내리니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 부부의 고단한 주방 노동을 기쁨으로 바꿔주는 촉매같은 존재가 커가는 아이들이었는데 지난 3월부터 계속되는 논란에 데이고 베인 상처가 아물질 않는다.

다른 모든 시시비비에 앞서 지금 상산고 논란은 제도에 대한 찬반논쟁을 넘어 상산고 구성원에 대한 공격으로 변질되었다. 익명의 졸업생까지 동원하여 우리아이의 학교를 ‘특권학교’라 ‘의대사관학교’라 낙인찍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 상산고는 고교서열화의 원흉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사걱세'와 김승환교육감에게 묻고 싶다. 대의와 신념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인권과 명예는 짓밟아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상산고에 다니는 천여명의 학생들 심정을 헤아려보았는가 말이다.

'사걱세'와 진보교육감들의 진정한 의도가 궁금하다. 진보교육감 10년의 실패에 대한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이들의 목적이 진정 고교교육의 정상화라면 일반계 고등학교에 대한 학종(수시) 지원과 고교 내실화를 통해 자사고 수요를 줄여 자연스럽게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자사고들이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된 바 있다.

자사고와 일반고의 ‘선발시기 일원화’라는 더없이 좋은 조건까지 더해져 자사고의 지원율은 더 하락할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평가지표를 수정해서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여론몰이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진보교육감 10년의 성과란 것이 결국 ‘일반고의 황폐화와 기초학력의 저하’였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이에 대한 여론호도용으로 자사고를 제물로 삼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며 면피를 해보려는 것 아닌가?

여러 교육감님들께서 자녀를 특목 자사고에 입학시킨 것처럼 아이가 능력과 의지가 있으면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셋째아이 입학을 결정할 때 고민이 깊었다. 우리아이는 광주에서 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오직 대학 입시만을 생각한다면 굳이 상산고에 가서 전국에서 모인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힘겹게 경쟁할 이유가 없었다. 수시중심인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서 학교장 추천 전형등으로 일류대학에 갈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이가 상산고의 수려한 캠퍼스와 드넓은 운동장에 반했고, 큰누나가 다녔던 학교에 본인도 다니고 싶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 상산고의 경쟁과 입시에서 받을 수 있는 불리함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지만 아이는 우물 안 개구리로 남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입시에서 다소간 불이익이 있더라도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우정을 쌓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것이 보다 유익한 고교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청소년기에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전체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상산고에는 경쟁심과 학구열이 강한 학생들이 많다 보니 치열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학교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배치해 놓은 예체능 활동이 다소간 위로가 되긴 하지만, 우리나라 입시중심의 교육 현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학교측에서도 더 많은 노력과 배려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부 노력을 촉구하는 것과 특권층이라 몰아세우며 편법과 일부단체를 내세워 폐지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다르다.

교육감이라는 높은 자리에 계신 분께서 고교 서열화를 이야기하면서 일반고가 자사고 다음이라고 공식화하는 것은 몹시 거북하다. 공부 잘한다고 무조건 자사고 선택하지 않는다. 본인의 적성과 진로, 능력과 처지에 적합한 학교인지 여러 가지를 따져서 결정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준을 낮춰보지 말기 바란다. 진보교육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인권이란 것이 고작 체벌을 금지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한심하다. 세계인권선언 제26조는 부모가 자기 자녀가 어떤 교육을 받을지 우선적으로 선태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가 화합하지 못하고 갈수록 편가르기와 척결대상만 늘어나는 현실이 우울하다. 권세있는 분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순응하여 아이들 커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나같은 소시민이, 열심히 공부한 기특한 아들 상산고 보냈다고 갑자기 특권세력이라 공격을 받는 현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것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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