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말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0시 36분부터 오전 1시 29분까지 일본 오사카 내 푸틴 대통령의 숙소인 리갈로얄 호텔에서 진행된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 달성 원칙과 이를 위한 남북·북미 대화의 진전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큰 도움이 되며 앞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교환으로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높아졌다"며 "긍정적 모멘텀을 살릴 수 있도록 러시아와 중국과도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대북제재 해제 등 여건이 조성돼 남북러 3각 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상응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에서 원론적인 입장에서 말씀이 있었고, 두 분이 단독으로 계셨을 때 어떤 말씀을 나누셨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관계자는 "두 분 간에 있었을 때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번 북러회담 직후 관련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들었지만, 푸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김 위원장의 입장을 생생하게 전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두 정상은 참모들이 배석한 45분간의 확대 회담을 한 뒤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8분간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한러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1시간 51분이나 늦어졌다. 애초 두 정상은 28일 밤 10시 45분 회담하기로 했지만 날을 넘긴 29일 새벽 0시 36분에야 시작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 만찬과 프랑스-러시아 정상회담 등이 늦어진 탓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러시아 측은 청와대와 우리 정부 측에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했고, 숙소에서 대기하던 문 대통령은 프랑스·러시아 정상회담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은 후인 0시 25분께 출발해 회담장에 도착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자 참모진에게 "사상 초유의 심야 정상회담인가요?"라고 웃으며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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