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대형건물을 비롯해 아파트, 오피스텔 등 신규 건축물이 급증하면서 건축물미술작품 시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이 작가의 자기표절과 형식적인 작업으로 작품성은 물론 해당 건축물의 이미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상당수의 건축물미술작품은 건축주가 작가를 지정하다보니 규정된 작품가격을 주지 않고 건축주가 작가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형식으로 작품값을 깎는 사례는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
법에 따르면 건축비의 1% 범위 내에서 건축물 용도에 따라 해당 지방정부의 조례로 그 비율을 달리 하고 있는데 적게는 0.5%에서 1%까지로 하고 있다.
작품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는 그 비용을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이 제도는 시민의 예술작품 감상 기회 확대와 작가의 창작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1972년 도입됐고 1995년부터 의무화됐다.
하지만 제도 취지와 다르게 작품 선정과 설치 과정에 대한 규제가 없어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 미지급, 일부 화랑의 과도한 영업활동, 특정 작가 편중에 따른 시장 독과점 등의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해당 지방정부에서 건축물미술작품심의위원회를 두고 운영하고는 있지만 해당 작가의 과거 작품 표절 여부 등을 살피지 못하고 있는데다 건축지역의 지역성이나 역사성과는 무관하게 천편일률적인 작품심사가 오히려 볼썽사나운 꼴이다.
그동안 문체부는 말로만 개선을 내놓을 뿐 실질적인 제도개선이나 지방정부와의 협력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내놓은 ‘사람이 있는 문화,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실현’하겠다는 2018년 업무계획에서는 건축물미술작품제도를 개선하는 등 친근하고 아름다운 공공 환경으로 바꾸어나간다고 했다.
4월 발표한 미술진흥중장기계획(2018~2022)에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일명 ‘1%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실태를 점검·개선하고, 법제상 불명확한 기준 개선과 복잡한 행정절차 간소화도 추진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2017년 6월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으로 '건축물미술작품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의견 등이 개진된 바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도가 이 문제에 대해 문체부와 각을 세운 가운데 여론이 비등해지자 무려 2년이 지나서야 문체부가 건축물미술작품 제도 개선에 따른 법령 개정을 뒤늦게 검토 중에 있다.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건축물미술작품 담당자는 “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국가기관이나 지방정부 등에 조만간 요청할 계획으로 법조문을 살피고 있다. 그 내용은 면적 산정방식과 제외 대상시설의 간소화, 공공기관의 공모방식, 설치비용의 일부 기금출연 가능, 이면계약에 대한 과태료 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부의 2018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축물미술작품은 2015년 3만 4,323점, 2016년 3만 6,805점에 이어 2017년은 8만 7,932점으로 크게 늘었다.
이 정도면 공공기관보다는 민간건축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민간건축물의 건축물미술작품에 대해서는 제대로 개선될 여지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민간건축물의 건축물미술작품 설치에 따른 지방정부 공모위탁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건축물의 건축주 횡포가 심하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금처럼 건축물미술작품 공모 위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건축물미술작품심의위원회가 공모심의위원회 역할을 겸한다면 문화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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