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국민 불신기관 1위, 국회가 경찰에게 그 자리를 내주다
최근 상당히 놀라운 뉴스가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부동의 국민 불신 대상 1위, 국회가 뜻밖에도 꼴찌를 면했다는 기사였다. 국회를 밀어내고 꼴찌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바로 경찰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내놓은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에 따르면 경찰의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0.5%p 줄어든 2.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회는 2.4%였고, 검찰은 작년보다 1.5%p 늘어 3.5%를 기록했다.
경찰의 현 주소이다.
무엇을 위해 경찰은 명운을 걸었을까?
버닝썬의 경찰 유착부터 최근의 제주도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찰은 항상 자기변명과 자기 조직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이른바 '경찰총장'에 대한 유착 조사에서도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국민은 버닝썬 수사에서 '명운을 걸겠다'던 경찰청장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그간 용산참사·평택 쌍용자동차 파업·밀양 및 청도 송전탑 건설·제주 강정마을·고 백남기 농민 사건·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시신 탈취·KBS 공권력 투입·공익신고자 입건 및 부당수사 사건 등을 조사했다. 경찰의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사과를 권고했지만, 경찰은 관련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노조원, 고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시위 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권고도 경찰은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경찰 공권력 남용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는 정보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말하는 명운이란 오직 수사권독립에만 있는 것일까?
국민이 경찰조직의 '주인'이다
강력한 검찰조직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하려는 정부의 고심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의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너무도 크다. 정부로서도 반드시 이러한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그 불똥이 정부에게 튈 수 있다.
경찰조직은 진정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아니 이제 그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시민'이 개입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과 경찰력 남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찰조직이 전국적으로 단일화돼 매머드 조직으로 거대화한 우리와 달리 4만여 개의 분산된 별도 기관으로 분리시켜 놓았다. 또한 경찰에 대한 시민감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경찰권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해 경찰에 대한 민원의 독립적 심사, 정책 검토와 제언, 민원조사의 감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은 2002년 제정된 경찰개혁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경찰비리민원조사위원회(IPCC)가 운용되고 있다. 수백 명으로 구성된 이 독립적 경찰감시 기구에는 의장과 위원에 경찰경력이 있는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직권으로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수 있고,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관 기소를 검찰총장에게 권고하고 요구할 수 있다.
'수사권독립 문제'의 중심은 검경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다
만약 정부가 경찰의 권한을 지금보다 강화하려면 반드시 경찰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이러한 제도를 분명하게 시행해야만 한다.
나아가 경찰 조직에 대한 시민의 개입과 통제가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경찰청장 및 지방 경찰책임자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경찰책임자의 국민소환제를 시행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왜냐하면 경찰이라는 공조직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에 보니 많은 경찰버스가 국회 앞 도로변으로 다시 돌아와 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그간 국회 측 요청에 조금 먼 곳 도로변으로 물러나 있었는데, 슬그머니 다시 돌아온 것이다.
자기의 '자리'를 향한 집요함은 대단하다. 그러나 그 '집요함'은 자기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독립 문제'의 중심은 검찰과 경찰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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