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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강사'와 '교육'을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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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강사'와 '교육'을 존중하라

[기고]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지금 대학은 죽었다

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금 이 강사법의 취지인 강사의 교원지위 부여와 강사에 대한 정당한 처우는 완전히 실종된 채, 이 법은 거꾸로 '시간강사 살생부'로 변해버렸다. 전국의 많은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이 대량으로 해고돼 일자리를 잃게 됐고, 대형강의 증설이라는 꼼수만 설치고 있다.

오늘도 유수의 대학들은 오로지 비용 절감이라는 목적을 위해 청소 노동자들을 감축하고 해고하느라 눈을 불을 켠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학입학금을 징수하고 엄청난 국고 보조도 받지만, 우리 대학들은 언제나 변함없는 탐욕의 화신일 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학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땅에서 대학의 위상과 신뢰도가 여지없이 곤두박질친 것은 이미 오래다. 이제 어느 누구도 대학을 존중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학에서 양심과 연구 그리고 학문의 전당이란 말은 모두 땅에 묻히고 말았다. 대신 이 땅의 대학에 오직 남은 것은 오직 노골적으로 이해타산만 앞세운 탐욕의 논리와 마치 성냥갑과도 같은 천편일률적인 멋없는 건물들 그리고 대규모 지하 주차장뿐이다.

교육자가 아니라 장사치로 전락한 것이고, 소인배로 살기로 작정한 셈이다.

대학의 힘은 건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학들이 앞을 다투어 건물을 짓고 있는 데에는 교육부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인문·사회, 자연계열 등 계열별 학생 1인당 교사(校舍; 학교 건물) 기준 면적을 제시하고 학생 수에 비례해 강의실 등 교육기본시설과 실험실, 연구소 등 연구시설과 같은 교사를 충분히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대학은 온통 공사판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일찍이 2003년에 어느 명문 사학이 교문을 바꾸고 대규모 캠퍼스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공사판 대학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이후 다른 대학들도 서로 경쟁하듯 고층 건물들을 올리고 교문을 바꾸는 등 캠퍼스 토건 사업에 열을 올렸다. 캠퍼스 지하에는 거대한 주차장이 들어서고 쇼핑몰과 같은 각종 편의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로써 대학은 물신주의의 전시장으로 전락했다.

대학의 힘이란 결코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명문대학교들의 교정에는 하나 같이 오랜 풍상을 겪은 고색창연한 건물에 아름드리 고목나무들이 병풍처럼 꽉 들어차있다. 화려하고 거대한 건물, 첨단 시설, 화려한 집기가 대학의 경쟁력이나 실력의 기준일 수는 없다.

대학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관자(管子)>는 말한다.

"1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10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에 대한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겉모습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연마하는 것이 곧 대학의 사명이다. 대학의 본질은 진리의 탐구와 같은 정신적 가치의 추구와 수련에 있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지 말고 국가와 사회의 백년대계를 착실하게 준비하는 도량으로서의 본래 위상을 복원해야 한다. 기본을 충실히 하는 이 길이 지금 죽어가는 대학이 살아나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 대학에 필요한 것은 이해타산과 꼼수가 아니라 교육과 강의를 담당하는 강사에 대한 존중이다. 왜냐하면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연구와 교육 그리고 강의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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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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