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당시 용산참사 망루 농성에 참여했던 김모 씨(49)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제 오후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 김모 씨(남, 49세)가 주검으로 발견됐다"며 "그제 저녁 가족에게 전화로 '내가 잘못되어도 자책하지 마라'고 연락한 후, 어제 오후 도봉산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용산4구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그는 출소 후 배달 일을 하며 노모를 모시고 성실히 살아왔다"며 "가족들 외에는 그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평소 동료 생존 철거민들에게조차 내색하지 않았던지라, 그의 황망한 죽음이 믿기질 않는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김 씨는 용산4구역 철거민으로 2009년 망루 농성에 참여했다. 당시 망루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망루 4층에서 뛰어내려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경찰에 체포됐고, 3년 9개월간 수감 생활 후 가석방으로 지난 2012년 10월 출소했다.
출소 이후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간혹 우울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배달을 위해 높은 건물에 오를 때는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증세가 나빠져 병원치료를 받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위는 "발견된 유서는 없으나, 가족들은 (고인이) 출소 이후,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힘들어 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면서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는 "10년이 지나도록 과잉진압도, 잘못된 개발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오직 철거민들에게만 '참사'라 불리는 죽음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쓴 채 살아가도록 떠민 경찰과 검찰, 건설자본과 국가가 그를 죽였다"며 "10년이 지나도 규명되지 않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종결된 결과가 그를 죽였고 국가폭력이 그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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