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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정몽헌 의장 투신자살, "선친의 유업 매도에 대해 평소 분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55)이 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내 12층 집무실에서 '대북사업 강력추진'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정 의장이 오늘 오전 5시 51분쯤 계동사옥에서 투신자살했다고 확인했다.

***정 의장, 유서 남기고 새벽에 사옥서 투신**

정 의장은 3일 밤 11시52분께 사무실에 들어간 뒤 여섯시간 뒤인 이날 새벽 직원들이 출근하기 직전에 사옥 뒤편 화단 쪽으로 투신자살했다.

경찰은 현재 투신장소에 수사인력을 급파해 정 의장의 사망경위를 조사중이며, 계동 사옥에는 소식을 접한 정몽헌 의장의 형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사장 등 임직원들이 서둘러 출근해 침통한 가운데 사태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정의장은 계동사옥 뒤편 별관쪽 화단으로 투신했으며 피를 흘리거나 큰 상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집무실에 안경을 벗어놓고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투신한 것으로 현대측은 전했다. 정의장의 시신은 시신 수습을 끝낸 뒤 이날 오전 8시20분께 현대 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현대상선 등기이사로도 등재돼 있는 정 회장은 현재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이끌고 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정 의장은 이날 투신에 앞서 김윤규 현대아산사장과 부인 앞으로 보내는 A4용지 4장짜리 분량의 유서를 각각 2장씩 남겼다.

정 의장은 매우 갈겨쓴 필체의 김사장 앞 유서에서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했고, 부인에게 남긴 유서에서는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의 자살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유서다.

다음은 정 회장의 유서 내용이다.

***김윤규 사장에게 남긴 유서**

명예회장님께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당신이 회장님 모실 때 저희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

당신, 너무 자주 하는 윙크 버릇 고치세요.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행동하는 저를 여러분이 용서해주기 바랍니다.

***부인에게 남긴 유서**

×× 엄마. 모든 것이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만 남기는 군요.

××, ○○, △△ 이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어리석은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야. 오늘 보니 더 이뻐졌더군. 나 때문에 너의 생활이... 사랑해.

○○, 너를 볼 때마다 어른이 돼 가는 것을 느끼는 데 너는 굳건히 잘 살 꺼야.

△△아, 너하고의 사랑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구나.

××, ○○, △△, 엄마 잘 모시고 살거라...

***"정의장, '역사의 희생자' 길 선택"**

현대측은 정 의장이 남긴 유서에서도 드러났듯, 그동안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해 특검 및 검찰 조사를 받아왔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아산의 경영난 때문에 부심해온 때문이 그의 자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달 25일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금강산 육로관광 재개를 위해 김윤규 현대아산사장과 함께 금강산을 방문한 뒤 육로로 돌아왔고, 지난 1일에는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함께 대북송금 관련 공판을 받았다. 현대측은 따라서 정 의장의 유서와 자살직전의 이같은 활동 일정을 종합할 때 정 의장이 대북사업에 관련한 정치-경영적 스트레스에 따라 자살을 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정 의장은 평소 외부인과의 만남을 기피할 정도로 내성적 성격으로 그를 둘러싸고 가해진 '심리적 압박'이 자살의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정 의장은 선친인 고 정주영 회장의 대북사업을 제대로 계승 못해 이것이 특검 형식을 빌어 모두 까발려지고 매도 당하는 데 대해 선친에 대해서는 송구함을,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시해왔다"며 "자신의 죽음을 통해 더이상 대북송금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기를 요구하며 '역사의 희생자'의 길을 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장은 대북송금 수사 및 공판을 받는 과정에 모든 정치권인사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데 대한 회한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북관계는 공식적 정치적 접촉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경제적 접촉을 통해서도 진행돼야 내밀함이 깊어지는 법인데 정치권이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비공식 접촉의 고리가 끊어지는 데 대한 정의장의 우려가 컸다"고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강한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정치권이 경제계를 이요하면 과연 앞으로 어떤 경제인이 정부와 정치권을 믿고 대북사업을 하려들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정 의장의 별세는 북한에게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으로 봐서는 믿을 수 있는 마지막 대화창구가 끊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 의장이 사라진 지금 과연 누가 남북경협의 유업을 승계해 발전시켜 나갈지 암담하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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